“창업이 줄어든다는 건 저출산만큼 두려운 일입니다. 인구 소멸처럼 경제 소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업계가 투자 한파로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200여 회원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민간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차기 의장으로 내정된 한상우(50) 위즈돔 대표가 본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6일 서울 역삼동 코스포 사무실에서 만난 한 대표는 “당장 사람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의 80%는 스타트업들이 만든 것”이라며 “침체한 창업 시장에 다시 열기를 불어넣지 않으면 다양성은 사라지고 소수의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경제로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기술창업은 지난 2022년 22만9415건으로 전년 대비 4.3% 줄어들면서 통계 집계 후 처음 감소했고, 지난해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한 대표는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을 막는 요인으로 투자 한파 외에 기존 업계와의 갈등을 꼽았다. 택시업계 반발로 사업을 접었던 타다를 시작으로 8년간 대한변호사협회와 다툰 온라인 법률 서비스 로톡(로앤컴퍼니), 세무사 단체 반발 등으로 코스닥 상장에 실패한 온라인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자비스앤빌런즈) 등 직역 단체와의 잦은 갈등이 최대 불안 요인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지금은 비대면 진료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며 “코로나 팬데믹 당시 유효성을 입증한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적극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타다 사태보다 먼저 혁신 서비스 도입을 두고 제도권과의 다툼을 경험했다. 2009년 버스 모빌리티 기업 위즈돔을 창업한 그는 출퇴근에 시달리는 수도권 거주자들이 직접 모여 통근용 노선을 정하는 공유버스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지만 서비스는 버스 업계의 반발과 불법 시비에 휘말리며 1년 만에 중단됐다. 이후 오랜 갈등과 노력 끝에 2011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을 이끌어냈고, 지금은 정부 노선면허를 받은 1호 모빌리티 기업이 됐다.
한 대표는 자신을 비롯한 스타트업 업계 대부분이 ‘얼룩말’이라고 했다. 야생이나 마찬가지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보다 얼룩말이 훨씬 많다는 뜻이다. 역대 코스포 의장은 1대 김봉진(우아한형제들), 2대 김슬아(컬리)·안성우(직방)·이승건(비바리퍼블리카), 3대 박재욱(쏘카) 등 모두 유니콘 창업가들이 맡았다. 한 대표는 “유명하진 않지만 15년간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법률적 고난을 겪고, 대기업과 싸우고 정부와 협상하거나 선·후배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해왔다는 점을 업계에서 좋게 평가해준 것 같다”며 “유니콘이 아니어도 야생에서 즐겁게 생존하는 얼룩말이 더 많아지도록 돕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