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사용되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양산을 시작했다.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보다 한 발 앞서 양산에 들어가면서 HBM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26일(현지 시각) “자사의 HBM3E 설루션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면서 “이번 이정표는 마이크론을 업계 선두에 올려놓으며 HBM3E의 업계 최고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을 갖춘 AI 설루션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양산을 시작한 HBM3E가 경쟁사 제품보다 30% 적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AI를 구동하는 반도체에 대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든 반도체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 열풍으로 인해 AI 반도체가 떠오르면서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핵심 부품인 HBM의 성능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HBM3E는 5세대 HBM으로 초고화질 영화 230편에 달하는 데이터를 단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의 HBM3E는 오는 2분기부터 출하를 시작하는 엔비디아 H200 GPU에 장착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H200은 기존 H100보다 추론 능력이 두 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론은 오는 3월 36GB 12단 HBM3E 샘플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안셀 사그 무어 인사이트앤드스트래티지 애널리스트는 “AI 애플리케이션에서 HBM 반도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마이크론에게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론은 설비 투자에 7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HBM3E 생산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에 돌입한다는 전략이다. 메로트라 마이크론 CEO는 지난해 “2025 회계연도에는 마이크론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D램과 비슷한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중 HBM3E 양산에 들어가면서 2025년 차세대 HBM4를 샘플링하고, 2026년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HBM 개발을 위해 HBM 적층을 16단까지 올리면서 칩과 칩 사이의 공간을 완전히 없앤 새로운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HBM3E를 상반기 중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HBM3E는 엔비디아의 H200과 B100에 장착된다. 세계 AI 반도체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납품하면서 안정적으로 물량을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