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24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달 나란히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세탁건조기’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별도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세탁이 끝나면 기계에서 알아서 건조를 시작하는 투인원(2in1) 제품이다. 젖은 빨래를 들고 옮겨 담는 수고를 덜어주는 제품으로 시장에선 벌써부터 기대감이 높다. 업계에선 올해 세탁건조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본다.

세탁건조기처럼 두 가지 이상의 핵심 기능을 한 기기에 담은 올인원 가전이 뜨고 있다. 과거에도 비슷한 제품이 종종 출시됐지만,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기술 발전으로 하나의 기계에 여러 고성능 부품을 배치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됐다. 1인 가구가 늘고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트렌드와도 맞아떨어지면서 올인원 가전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합친 LG전자의 '하이드로타워'. /LG전자 제공

◇효율성을 잡아라

대표적인 게 공기청정기 기능을 담은 각종 에어 케어 제품들이다. LG전자는 작년 11월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합친 신개념 제품 ‘하이드로타워’를 내놨다. 139만원이라는 고가에도 출시 50일 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중견 가전 업체 쿠쿠는 제습기에 공기청정기를 넣은 ‘공기청정제습기’를, 신일전자는 에어서큘레이터와 공기청정기를 한 기계에 구현한 ‘공기 청정 서큘레이터’를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기 질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기 청정 기능이 필수 기능으로 여겨지는 추세”라며 “특히 겨울철 가습기, 여름철 제습기 같은 경우 공기청정기 기능을 적용하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전자레인지에 에어프라이어, 그릴, 오븐까지 이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큐커 오븐. /삼성전자 제공

주방 가전에서도 다양한 기능을 하나의 기계에서 구현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주방에 각종 기기를 늘어놓는 걸 싫어하는 고객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인 결과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큐커 오븐은 전자레인지에 에어프라이어, 그릴, 오븐까지 이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올인원 제품이다. 쿠쿠도 작년 7가지 조리 기능을 하나에 담은 멀티광파오븐을 내놨다. 쿠쿠 관계자는 “여러 가지 주방 가전을 모두 구매할 필요가 없어 경제적인 데다 공간 활용도가 높아 젊은 층에 인기”라고 했다. 이 밖에 신개념 올인원 제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초 기존 의류관리기에 의류 구김 제거에 탁월한 핸디 스티머를 추가 내장한 ‘올 뉴 스타일러’를, 다이슨은 머리카락을 말리면서 동시에 직모로 펼 수 있는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를 내놨다. 다이슨 관계자도 “헤어 드라이어 기능과 스트레이트 기능을 동시에 만족하면서 경험할 수 있도록 약 5년에 걸쳐 개발한 신기술을 제품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건식·습식 청소기에 물걸레 기능까지 더한 신일전자의 '아쿠아 청소기'. /신일전자 제공

◇핵심은 제대로 된 성능

핵심은 올인원 제품이 각종 성능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세탁·건조 기능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일체형 기기는 예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 기기는 건조 성능이 떨어져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전기로 공기를 뜨겁게 가열해 옷을 말리는 히터 방식이다 보니 전력 소모가 많고 제대로 된 건조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나오는 제품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삼성·LG 세탁건조기 신제품에는 냉매를 압축해 나온 뜨거운 공기를 건조기 안에 넣어 옷을 말리는 방식인 히트 펌프 기술이 적용됐다.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건조기 전용 인버터 히트 펌프 건조 모듈까지 새로 개발했다”며 “부품 크기를 줄이면서 성능은 이전보다 뛰어난 히트 펌프 개발에 성공하면서 세탁기 모터와 건조기 히트 펌프를 한곳에 배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전업계는 앞으로 기술이 더욱 발달하고 부품들이 소형화, 고도화되면서 많은 기능을 한꺼번에 담는 제품이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