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범람과 저질 콘텐츠 유통 등으로 이용자와 광고주 모두 떠날 위기에 처한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대책은 뭘까. 이들이 내놓은 돌파구는 인공지능(AI) 서비스이다.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술인 AI 서비스를 내세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이용자들을 다시 끌어 모으며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메타는 자체 개발한 ‘메타 AI’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접목하고 있다. 메타 AI는 간단한 명령으로 이미지를 만들어주고, 이용자가 소셜미디어에 올릴 글도 제안해준다.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를 명령어 몇 줄만 입력하면 만들어주는 광고주용 생성형 AI도 출시했다. 기존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이용자와 광고주들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부활시키는 전략이다. 로이터는 “메타가 AI 기반 챗봇을 준비한 것은 결국 이용자 수를 유지하기 위해서로 보인다”고 했다. 메타는 최근 몇 년 사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온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시장에도 AI 서비스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업자가 10년 만에 한국을 찾아 삼성전자·LG전자 경영진과 잇따라 미팅을 가진 것도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였다. 광고주 감소로 고심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의 X(옛 트위터)도 생성형 AI ‘그록’을 선보였고, 스냅챗을 서비스하는 스냅도 ‘마이AI’를 공개했다.
구글과 유튜브, 틱톡 등과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플랫폼 업계도 AI를 성장 동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네이버는 컬리(식품 판매), 원티드(구인·구직), 트리플(여행), 쏘카(모빌리티)와 자사의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를 연동해 서비스하고 있지만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바드와 뚜렷한 차별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전면적인 AI 도입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고, 카카오톡 등 일부 서비스에 AI 기능을 추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업체들의 AI 도입 열풍이 이용자 감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서비스는 AI 개발과 학습은 물론 운영에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면서 “이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서비스를 유료화하거나 광고 단가를 인상할 경우 오히려 플랫폼 이탈 속도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