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고/연합뉴스 제공

유럽연합(EU)이 애플에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갑질을 했다는 이유로 18억유로(약 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빅테크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유럽에서 빅테크 반독점법이 시행된 뒤 애플이 첫 사례가 된 것이다.

4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음악 스트리밍 업체 스포티파이가 애플을 대상으로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애플에 18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결정을 내렸다. EU 독점 금지 책임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앱스토어를 통한 음악 스트리밍 앱 배포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면서 “이제부터 애플은 음악 스트리밍 개발자들이 자신의 사용자들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 등 자사 기기에서 사용하는 앱은 모두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게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통행세 명목으로 30%에 달하는 수수료를 징수해 왔으며, 이것이 애플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스포티파이 역시 애플스토어에서 사용자가 자사 앱을 구매하면 애플에 30%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하지만 2019년 스포티파이는 이러한 애플의 정책이 정당한 서비스 경쟁을 방해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스포티파이는 모든 결제 서비스에 30%의 추가 금액을 부과해야 하고, 경쟁 상대인 애플뮤직은 이러한 수수료 정책에서 벗어나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애플은 자사의 앱스토어를 우회하는 방식을 허용하고, 스포티파이 웹상에서 음악 서비스를 구독·구매할 수 있게 했지만 복잡한 과정 탓에 실제 활용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홈페이지에 별도의 안내를 하고, 이 과정을 안내하는 것조차 제한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EU는 애플이 음원 서비스 유통 시장을 장악하면서 자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의 경쟁사인 스포티파이에 불리한 정책을 시행했다고 판단했다.

애플은 EU의 결정에 반박하며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스포티파이는 충분한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며 “스포티파이는 조사 기간 동안 유럽 위원회와 65회 만났다”고 비판했다. 플랫폼 서비스 주도권을 쥐지 못한 유럽 당국이 스포티파이에 혜택을 주기 위해 애플을 배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달 스포티파이가 자사의 앱스토어 생태계 안에서 가입자를 끌어들이며 성장하는 등 혜택을 봤다고 주장한 바 있다.

EU는 애플과 같이 자사 서비스에 특혜를 주는 빅테크를 제재하기 위해 이달부터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한다. 빅테크가 플랫폼을 무기로 경쟁자를 차별하고 부당하게 밀어내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를 어기면 법적으로 글로벌 연간 총매출의 10%에 달하는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유럽에서만 앱스토어 외 제3의 앱마켓을 허용하고 앱스토어 밖에서도 서비스를 결제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분야에서 당장 애플 같은 빅테크를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유럽이 강도 높은 규제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