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 업계가 오픈AI를 고소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소장 내용으로 술렁이고 있다. 머스크가 소장에서 “오픈AI가 이미 범용 인공지능(AGI)을 이미 개발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바드 같은 현재의 AI는 학습된 자료를 바탕으로 사람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이미지를 생성한다. 사람의 지시에 따라 최적화된 답변을 내놓을 뿐 추론을 하거나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 하지만 AGI는 모든 분야에 두루 사용할 수 있다. 영역 구분 없이 주어진 일을 해내는 것은 물론 지능과 사고 능력을 갖춰 추리·창의 같은 작업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AGI가 일단 등장하면 순식간에 인간과 비슷하게 발전하는 것은 물론, 인간을 뛰어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AG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점을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한다. 이 시기가 오면 AI는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테크 기업과 학계에서는 현재의 AI 개발 방식인 딥러닝(심층 학습)으로는 AI가 자의식을 갖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본다.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 같은 AI 학계 권위자들은 AGI 개발에 30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예측한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왜 오픈AI가 AGI를 이미 개발했다고 주장한 것일까. 근거는 마이크로소프트(MS) 연구진이 지난해 발표한 ‘AGI의 불꽃(Sparks of AGI)’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오픈AI의 최신 AI 모델인 GPT-4를 테스트한 결과 수학·코딩·의학·법학 등에 걸쳐 새롭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인간에 가까운 성능을 보였다고 했다.

챗GPT 유료 고객을 대상으로 이미 서비스되는 GPT-4 모델이 AGI라는 머스크의 주장은 오픈AI를 압박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오픈AI는 2020년 9월 MS와 AI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제공하는 기술은 ‘AGI 이전 기술’로 명시했다. 머스크가 오픈AI가 AGI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오픈AI와 MS의 계약을 무효로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는 MS와의 거래 조건 때문에 AGI를 만들더라도 인정할 수 없는 역설에 빠졌다”고 했다.

☞범용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특정한 조건에서 인간의 지시에 따라 정한 일만 잘하는 현재의 인공지능(AI)과 달리 모든 상황에 일반적으로 두루 적용할 수 있는 미래의 AI를 뜻한다. 강인공지능(Strong AI)이라고도 한다. 인간처럼 지능을 갖춰 추리·창의 같은 작업을 할 수 있고, 모든 분야에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능력을 나타낸다. 현재와 같은 AI 학습·훈련 방식으로는 만들 수 없고,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