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 오픈AI 본사에서 열린 'K-Statup & Open AI Matching Day in US' 행사에서 참여 스타트업 대표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3.17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우리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의 AI 반도체를 써야 할 이유가 있나요?”

14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 ‘1960 빌딩’ 회의실. AI반도체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퓨리오사’의 백준호 대표가 사업 소개를 마치자, 오픈AI 관계자들이 곧바로 송곳 같은 질문을 던졌다. 수면테크 업체 에이슬립 이동헌 대표의 발표에는 “정확한 수익화 방법이 무엇이고, 디바이스를 안 쓰는데 수면을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비결이 무엇인가”고 물었다. 이날 발표에 참여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단 7분 동안 이어지는 발표와 문답이었지만, 혼이 쏙 빠지는 기분”이라며 “질문의 깊이에서 오픈AI가 진정으로 스타트업을 대한다는 것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날 열린 ‘K스타트업·오픈AI 매칭 데이’ 행사에서는 국내 스타트업 14곳이 오픈AI 실무진 앞에서 자사 사업을 소개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국내 예선에서 총 220개 업체 중 오픈AI의 선택을 받은 ‘결승 진출자’들이다. 임정욱 중기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은 “오픈AI가 특정 국가 스타트업을 상대로 한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을 높이 샀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K스타트업·오픈AI 매칭데이’가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 ‘1960빌딩’ 정문. /공동취재단

평소 방문객조차 받지 않을 정도로 경비가 삼엄한 오픈AI 사옥이지만, 이날 K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는 예외였다. 샌디 쿤바타나간 오픈AI 아시아태평양 정책 담당, 미국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투자 전문가 토마스 킬머 등 오픈AI 실세들이 심사를 맡았다. 오픈AI 관계자는 “오늘 발표에 참석한 기업들의 자료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모두 챙겨봤다”고 했다.

각 기업의 발표가 시작한 후 5분이 지나면 진행 요원이 회의실 뒤편에서 손을 흔들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 사인’을 보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오픈AI와 협력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영어 사용이 익숙지 않은 일부 대표들은 발표 내용 전체를 외운 경우도 있었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 ‘클라이원트’는 발표가 끝나자마자 심사위원 4명 중 3명에게서 질문 공세를 받았다. 클라이원트는 알맞은 입찰 공문을 찾기 어려운 회사들을 대신해 수십만건의 자료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공고를 찾아주는 AI시스템을 개발했다. “정확한 연간 반복 매출이 얼마인가”, “고객은 어떻게 확보하는가” 같은 질문을 받은 이 업체는 또 다른 스타트업인 ‘마리나체인’, ‘와들’과 함께 행사 후 오픈AI가 선정한 ‘범용인공지능 잠재력상(Most AGI Potential Award)’을 수상했다.

그래픽=백형선

중기부는 오픈AI의 심사 결과를 토대로 17일 ‘2024년도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에 참여할 10개 회사를 선정했다. 중기부의 글로벌 기업 협업 프로그램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와 손잡고 국내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6월 올트먼의 방한 이후 오픈AI도 이 프로그램의 후원사로 참여했다. 이번 ‘매칭 데이’도 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렸다. 중기부 관계자는 “이번에 선정된 10개 기업은 중기부에서 사업화 자금 최대 2억원을 지원받게 되며, 오픈AI로부터 오픈AI 서비스 비용 지원과 전문가 멘토링 등을 받게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