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중국 상하이 애플 매장을 찾은 팀쿡 애플 CEO./로이터 연합뉴스

혁신의 상징 기업 중 하나인 미국 애플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자사 기기에 중국 기업의 인공지능(AI)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 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중국에서 파는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중국 바이두의 AI 모델 ‘어니봇’을 탑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9일엔 애플이 구글, 오픈AI와 비슷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실제 애플이 이 업체들의 AI를 탑재한다면, 모든 주요 기능을 자체 개발하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해 온 애플로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애플은 주요 빅테크 중 AI 부문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렇게 된 중요한 이유로 애플의 ‘폐쇄적 생태계’가 개방성이 중요한 AI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술은 다양한 연구 결과와 데이터를 공유·학습하며 발전하는 만큼, 외부와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애플은 자체적으로 AI의 기반이 되는 기술인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이폰에 탑재할 수준이 안 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폐쇄성은 정보 교환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새로운 AI 기술을 빠르게 시험해 보는 것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말했다.

애플은 과거 스마트폰 운영체제(OS) 경쟁에서 개방성을 내세운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크게 밀리며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당시 애플은 자체 생태계를 더욱 업그레이드하고, 보안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두꺼운 팬층을 형성하며 반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개방성이 중요한 AI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이 다시 작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애플은 최근 다른 사업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사 기기에 사용하려고 2017년부터 진행해 오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개발도 중단했다고 22일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애플카(애플이 개발하던 자율주행차)에 이어 또 하나의 ‘핵심 기술 내재화’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가 좌초된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 법무부에 반독점 소송까지 당하면서 애플의 이런 ‘폐쇄적 생태계’ 전략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