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더 많이’를 외치던 생성형 AI(인공지능) 산업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한 가지 모델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대신, 당장 기업들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AI 모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만능 AI 대신 번역·프로그래밍·수학 연산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기업 데이터브릭스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알리 고드시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자체 개발한 소형 AI 모델 ‘DBRX’를 공개하며 “모든 기업이 AI를 필요로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거대한 AI 모델을 쓸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데이터브릭스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및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기업으로, 글로벌 비상장 기업 중 여섯째(430억달러·약 58조원)로 기업가치가 높다.
대표적 AI 기업인 오픈AI의 GPT와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은 누가 어떤 질문을 해도 대답할 수 있게 설계한 ‘만능 AI’다. 백과사전처럼 쓸 수 있지만, 운영하기 쉽지 않고 비싸다. 고드시 CEO는 “우리의 소형 AI 모델(DBRX)은 회사의 데이터를 학습시켜 딱 필요한 수준의 AI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고 했다.
이날 데이터브릭스가 공개한 DBRX의 매개변수(parameter·AI 모델의 알고리즘 변수) 1320억개로, 1750억개를 보유한 오픈AI의 GPT-3.5보다 430억개가 적다. 하지만 이 두 AI 모델의 성능을 비교했을 때, 대규모 멀티태스크 언어 이해(MMLU) 항목에선 정답률 70%대로 비슷한 결과를 냈고, 수학·프로그래밍 영역에선 오히려 GPT-3.5의 정답률을 각각 10~20%포인트씩 앞질렀다.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최근 1500만유로를 투자받은 ‘유럽의 오픈AI’ 미스트랄도 지난해 73억개 매개변수를 갖춘 기업용 소형 AI 모델을 내놨다.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 관계자는 “향후 AI 시장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 등 거대 모델들과 스타트업들이 제공하는 소형 모델들로 양분화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