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이달 자사 인공지능(AI) 앱 에이닷의 전화 서비스에 ‘AI 스팸 표시’ 기능을 추가했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오면 화면에 피싱 주의, 스팸 주의, 스팸 의심 같은 문구가 자동으로 뜬다. 그 번호로 온 전화를 이용자가 받지 않았거나, 받았더라도 금방 끊은 전화 사례를 AI가 분석해 스팸 위험 등급을 매긴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에 쓰이는 특정 번호 패턴을 학습해 등급 판단에 반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스팸을 걸러내기 위해 통신 3사와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명이 받는 휴대전화 불법 스팸은 월평균 10건. 특히 최근엔 단순 광고를 넘어 스미싱·보이스피싱 같은 범죄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에 통신 3사가 AI를 활용한 새로운 스팸 차단 기술 등을 속속 도입하는 것이다.
◇AI가 더 정확하게 걸러낸다
KT는 지난달 ‘AI 스팸 수신 차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전에는 스팸 필터링 시스템에 새 스팸 문자 유형을 분석하고 반영하는 데 3개월 정도 걸렸다. 하지만 AI가 종전에 수작업으로 하던 부분까지 담당하면서 이 기간이 일주일 이내로 대폭 줄었다. 신종 스팸 문자를 그만큼 더 빠르게 더 많이 차단할 수 있게 된 셈이다. KT 관계자는 “사람이 하던 때보다 연 1000만건의 스팸 문자를 더 차단할 수 있게 됐고 차단 정확도 역시 99%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KT는 하반기엔 피싱 위험을 알려주는 ‘스팸 위험도 문자 내 표시’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월 자체 스팸 차단 서비스를 통해 수집한 정보와 경찰청·한국인터넷진흥원 신고 내용 등을 한데 모아 분석하는 ‘고객 피해 방지 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특정 문구나 단어뿐 아니라 스팸 발신자가 주로 쓰는 내용 구성까지 파악해 차단한다”고 했다. 예컨대 불법 유흥업소에서 보내는 문자에서 많이 나타나는 특수 문자 패턴 등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식이다. 전화가 왔을 때 화면에 스팸 여부를 알려주는 ‘U+ 스팸 전화 알림’ 앱도 무료로 내려받아 이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역시 신고 내용을 학습해 비슷한 스팸을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보이스피싱으로 신고된 번호로 이용자가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없도록 차단하는 시스템도 갖췄다. 통신사뿐 아니라 제조사도 스팸 단속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빠르면 이달 중 자사 스마트폰에 ‘스팸 문자함’ 기능을 넣을 예정이다. 이메일에 ‘스팸 메일함’이 있는 것처럼 스팸으로 의심되는 문자를 가려내 별도 문자함으로 보낸다.
◇”돈 되는 스팸… 차단 기술 강화해야”
불법 스팸이 줄어들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돈 되는’ 사업이라는 점이다. 현재 웹 발신 대량 문자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1000곳이 넘는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불법 스팸임을 알면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한다. 최근엔 경기가 나빠지며 도박·대출 같은 불법 스팸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고·단속을 피해 스팸을 발송하는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통신사가 불법 스팸으로 신고된 번호를 차단해도 바로 다른 번호를 생성해 보내거나, 청소년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일반 휴대전화로 발송하기도 한다. 중요한 문자를 스팸으로 오인해 잘못 차단해 버리면 통신사도 곤란해지기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정원기 한국인터넷진흥원 이용자보호단장은 “대량 문자 전송 서비스 업체를 규제하는 동시에 AI를 활용해 필터링 정확도를 높이는 등 차단 기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