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는 D램을 여러 개 쌓아 연결한 고성능 반도체다. 처음 4단으로 쌓았던 HBM은 8단에 이어 현재 12단까지 나왔고, 현재 16단이 개발 중이다. 와이어(금속 전선) 없이 다수의 D램을 수직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기 때문에, 칩을 잘 연결하고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이 HBM 개발 경쟁은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데, 두 회사의 패키징 공법은 차이가 있다. SK 하이닉스는 ‘MR-MUF(Mass Reflow-Molded UnderFill)’, 삼성전자는 ‘TC NCF(Thermal Compression Non Conductive Film)’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SK하이닉스는 오븐에서 한 번에 구워내는 방식, 삼성전자는 필름을 한 장씩 깔아가면서 쌓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의 MR-MUF는 여러 층의 D램을 한 번에 포장하는 기술이다. D램 아래에는 칩을 연결할 수 있는 납 소재의 ‘범프’가 있다. 열을 가해 모든 범프를 한 번에 녹여 납땜하는 기술이 MR이다. 이를 통해 D램을 모두 연결한 뒤 칩을 보호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것이 MUF다. 방열 효과가 뛰어난 에폭시 밀봉재(보호재)를 주입해 칩 사이를 채우고 칩과 그 주변을 감싸게 된다. 이후 열과 압력을 가해 굳히면 HBM이 완성된다. SK하이닉스는 “오븐에 굽듯 열을 고르게 가하고 모든 칩을 한 번에 접착하기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한다.
삼성전자의 TC NCF 방식은 조금 다르다.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이라고 불리는 방식이다. 칩을 한 층씩 쌓아 연결할 때마다 그 사이에 비전도성 접착 필름을 넣는다. 필름은 칩 사이를 절연시키고 충격으로부터 연결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고분자 물질이다. 삼성전자는 NCF 소재 두께를 점차 줄여나가 5세대인 HBM3E 12단에는 7마이크로미터(㎛)까지 줄였다. 삼성전자는 “층수가 늘어나고 칩 두께가 얇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휘어짐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높이 쌓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는 MR-MUF의 안정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4세대인 HBM3 시장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는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TC NCF 가 높은 단을 쌓을 때 더 유리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차세대 HBM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