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야후’ 사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네이버 측에 지분 관계 정리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데이터 주권(sovereign)’이 있다. 거대 플랫폼이나 인공지능(AI) 모델에는 이용자들의 방대한 데이터가 수집될 수밖에 없는데, 데이터 주권은 이런 플랫폼과 AI에 대한 통제권을 자국 정부와 기업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 기업이 소유할 경우 자국민의 데이터가 유출돼,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AI·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데이터 주권’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하원을 통과한 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틱톡’ 퇴출 법안에 서명했다. 적성국인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틱톡의 사업권을 미국 측에 넘기지 않으면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내 애플 앱스토어(앱장터)에서 미국 메타의 소셜미디어인 왓츠앱과 스레드를 삭제하도록 했다.

데이터 주권을 위해 자국의 거대 플랫폼과 AI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간 기업과 손잡고 일본어에 기반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지진이 잦은 특성상 자연재해 대응에 특화된 AI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일본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자체 생성형 AI를 개발할 계획이다.

프랑스는 오픈AI의 경쟁사인 ‘미스트랄 AI’를 중심으로 자국 AI에 전폭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인도 정부 역시 인력 개발과 자국 내 인프라 지원을 촉진하는 ‘주권 AI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다. 인도 대기업인 릴라리언스 그룹은 인도의 다양한 언어를 훈련한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다. 한국 네이버도 ‘하이퍼클로바X’라는 생성형 AI 모델을 갖고 있다. 한국어 데이터를 많이 학습해 한국의 사회적 상황이나 역사, 법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