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첨단 반도체 등 대중(對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군사적 이유가 크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 장관은 8일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며 “우리가 주시하는 것은 상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들”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첨단 부품을 활용해 첨단 기술을 확보하거나, 이를 직접 무기에 적용해 미국의 안보 이익을 위협하는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중국 기업을 제재 목록에 올렸고, 지난해 역대 최고의 수출 통제 적발 건수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선진 인공지능(AI) 모델을 중국·러시아에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미국 정부는 AI 훈련과 응용에 필요한 첨단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해 왔지만, 오픈AI·구글 등이 개발한 AI 모델에 대해선 따로 규제를 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AI 모델과 AI 소프트웨어를 반도체처럼 정부가 나서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상무부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AI 모델이 무분별하게 외부에 수출되는 것을 규제하려 한다”며 “중국·러시아 등으로부터 미국의 AI 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전선(new front)이 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AI 모델은 훈련 데이터와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모델과 누구나 소스 코드를 열람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모델 두 종류로 나뉜다. 미 정부는 비공개 AI 모델을 통해 데이터가 무분별하게 유출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