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게 된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업계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기술적 완벽에 집착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다. 메모리 개발뿐 아니라 영업·마케팅 분야까지 고루 섭렵해 반도체 생태계에 정통하다. 비(非)서울대·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출신으로 순혈주의가 강한 삼성전자에서 핵심 보직을 거치며 부회장까지 오른 배경에는 이런 집요함과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공격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경영 스타일로 위기를 극복해 온 CEO”라고 말했다.

LG반도체 D램 개발팀에 근무하던 전 부회장은 IMF 사태 이후 기업 간 빅딜 과정에서 LG반도체가 현대그룹에 인수되자, 2000년 삼성전자로 옮겼다. 2009년 D램 개발실장,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맡았다. 메모리사업부장 시절 전 부회장은 세계 최초로 20나노 이하 미세 공정 개발을 성공시키며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을 이끌었다. 2012년 연간 4조원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은 그가 메모리사업부장을 마친 2016년에는 13조원대까지 회복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당시 삼성SDI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으로 어려움을 겪자, 품질 전문가인 그를 구원투수로 투입한 것이다. 전 부회장은 부임 후 현장 기술자들을 모아 집요하게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결했다. 품질에 자신감이 붙은 그는 2019년 기자들을 공장에 초청했다. 그 자리에서 예정에 없이 배터리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게 했다. 배터리에 불이 붙지 않는 것을 직접 보여준 후, “천재지변으로 불이 나도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2016년까지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SDI는 그의 부임 후 흑자로 전환됐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 메모리 반도체의 전성기를 이끌고, 위기의 삼성SDI를 안정화시킨 ‘성공 DNA’를 현재 위축된 반도체 조직에 심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 부회장 선임 소식에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일을 맡기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며 “그러면서도 동료들을 다독이고 의견은 경청할 줄 아는 스타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