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업에 국운을 건 대만은 각종 세제 혜택, 보조금 등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20일 취임한 라이칭더 신임 총통이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관련 제조업을 적극 육성할 것을 천명하면서 이 같은 지원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라이칭더 총통은 이날 5대 핵심 산업으로 반도체·AI·군사·보안·차세대 통신을 꼽았다. 특히 “대만을 실리콘(반도체) 섬에서 AI 섬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하며 AI 분야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라이 총통은 후보 시절 제안한 ‘대만판 실리콘밸리 플랜’을 올해부터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행정원은 지난 2월 반도체 역량 강화를 위한 타오위안·신주·먀오리 대(大)실리콘밸리 계획을 승인했다. 약 1600만㎡에 이르는 과학 단지용 신규 용지를 마련하고, 올해 약 3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2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주변 TSMC 공장들과 연계해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만 정부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세제 혜택을 내세워 반도체 기업들을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대만판 칩스법’의 일환으로, 대만 내 투자를 적극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에 대해 연구개발 비용 25% 공제, 첨단 공정 장비 신규 취득 시 5% 공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TSMC는 연간 약 1조2000억원이 넘는 세금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시설 투자액의 최대 25%를 세액공제 해주는 우리나라 지원책과 비슷한 수준이다.
라이칭더 총통은 또 이례적으로 반도체 기업인을 경제부 장관에 임명했다. 궈즈후이 장관 지명자는 TSMC의 소재·장비 납품 협력사인 톱코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다. 현지 언론은 “궈 장관은 일본어에 능하고 반도체 산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기업가”라며 “반도체 산업이 겪는 전력난과 일본 등 각국과 글로벌 반도체 협력을 잘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