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 신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던 빅테크들이 각종 규제와 개인 정보 유출 등에 대한 우려로 출시 속도 조절에 나섰다.

지난 14일 메타(페이스북 모회사)는 유럽연합(EU)의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 규제에 따라 자사 AI챗봇인 ‘메타AI’의 유럽 출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서 우선 출시된 메타AI는 자사 AI 모델 ‘라마3′를 기반으로 한 챗봇(대화용 소프트웨어)이다.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SNS)인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와츠앱 등에 탑재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EU 당국은 메타AI가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는 이용자의 개인 정보와 콘텐츠를 무단으로 학습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 메타AI는 이용자가 전체 공개를 선택한 콘텐츠는 AI모델 훈련에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아일랜드에 있는 데이터보호위원회(DPC)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AI 학습에 사용하는 것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메타는 ‘현지 데이터를 학습하지 않으면 최고의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서비스 출시 자체를 보류하기로 했다. 메타는 이날 “(이번 조치는) 유럽을 AI 경쟁에서 뒤처지게 할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DPC는 메타의 AI 배포 중단을 환영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같은 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사 AI PC인 ‘코파일럿+(플러스) PC’의 핵심 기능으로 내세웠던 ‘AI리콜’ 서비스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곧 출시되는 코파일럿+ PC에서 이 기능을 빼기로 했다. AI리콜은 AI가 이용자가 보고 있는 PC 화면을 전부 스크린 캡처로 저장하고, 추후 이용자가 필요할 때 과거에 봤던 화면을 찾아주는 기능이다. 하지만 스크린 캡처가 해커에게 넘어갈 경우 개인 정보 유출이 심각해질 수 있고, 그중에 기업 기밀이 포함되면 문제가 더 커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서 MS는 이 기능을 기본적으로 ‘비활성화’한 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자 출시 자체를 미루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