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시장은 정보 비대칭이 발생하는 대표적 시장으로 꼽힌다. 판매자는 어디까지가 ‘사용감’인지 흠집인지 선뜻 말하기를 주저하고, 구매자는 혹시 내가 모르는 하자가 있을지 거래 마지막까지 걱정한다. 그러다 결국 당사자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작년 30조원을 넘어, 내년에는 43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고 거래 속 ‘페인포인트(불편함)’를 해소하고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적정 가격을 측정 및 제안해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차란’은 옷 수거·검수·살균·촬영·판매 등 중고 거래 과정을 모두 대행한다.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판매자가 의류 제품 사진 촬영을 해 판매 글을 올리고 이후 대면 등의 방식으로 거래했다면, 차란은 거래 당사자의 수고를 더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노렸다. 차란은 작년 11월 AI로 중고 의류의 적정 가격을 측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AI를 통해 옷의 종류, 색상, 패턴 등을 파악하고 해당 제품과 비슷한 옷들이 그간 차란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 가격에 팔렸는지를 따져 예상 가격을 제안하는 식이다. 이후 판매자가 이를 참고해 최종 가격을 정하면 된다. 차란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마인이스’의 김혜성 대표는 “향후 데이터가 쌓일수록 가격 측정은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며 “판매자들이 우리의 가격 제안에 의구심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자제품 쇼핑몰 ‘테스트밸리’를 운영하는 ‘비엘큐’는 작년 10월 신규 거래 서비스 퀵셀을 출시했다. 판매자가 스마트폰, 태블릿 등 중고 전자제품 사진을 올리면 AI를 통해 제품 정보를 분석하고, 중고 시세를 종합해 판매 금액을 책정하는 식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도 매주 6만건 거래되는 중고 스마트폰 빅데이터를 활용해 판매자에게 적정 시세를 제시해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판매자 입장에서는 그간 가격을 책정하며 받았던 스트레스를 덜 수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