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부터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를 테슬라 생산라인에 배치하고, 2026년부터 외부에 판매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전기차 테슬라 생산공정에 투입될 예정으로 ‘테슬라 봇(Tesla bot)’이라고도 불린다. 현재 글로벌 자동차 공장은 ‘로봇 팔’들이 용접하고, 이동형 로봇이 부품을 가져다 주고, 최종 품질 점검을 첨단 센서가 할 정도로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다. 하지만 머스크가 도입하는 ‘옵티머스’는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물을 판별하고, 사람처럼 뛰며 손가락으로 미세한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되기 때문이다. 이날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테슬라는 내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험 생산(low production)에 돌입한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산업용 로봇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은 화낙·쿠카·ABB 등 자동화 기계를 만드는 일본과 유럽의 전문 제조 업체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최근엔 테슬라뿐 아니라 오픈AI·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이 AI를 중심으로 산업용 로봇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SW) 경쟁에 돌입했다. 천문학적 투자를 한 AI가 실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주요 분야로 생산 공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로봇용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3년 135억달러(약 18조7800억원)에서 2032년 800억달러까지 연평균 20% 이상씩 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김현국

◇로봇용 SW, 황금알을 낳는 거위

글로벌 빅테크는 잇따라 로봇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각종 SW와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초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플랫폼 ‘프로젝트 그루트’를 공개했다. 그는 “미래에 움직이는 모든 것은 로봇이 될 것”이라며 “일반 휴머노이드를 위한 기초 모델을 구축하는 것은 AI가 해결해야 할 가장 흥미로운 문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거대언어모델(LLM) 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이 같은 언어모델을 로봇에 투입시키는 데 적극 뛰어들고 있다. 오픈AI는 지난 3월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피규어AI’와 협업한 로봇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뭐 좀 먹을 수 있겠느냐’는 인간의 질문에 사과를 건네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해와 추론이 가능한 로봇이기 때문이다. 이 로봇이 산업 현장에 투입되면 인간처럼 부품을 스스로 구별해서 작업하는 게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기반의 로봇 개발 도구 MSRDS를, 아마존은 클라우드 기반 로봇 시뮬레이션 서비스인 ‘로보 메이커’를 갖고 있다. 구글과 메타는 로봇 앱 개발을 위한 개방형 플랫폼도 제공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 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봇의 오작동을 제어하기 위한 ‘안전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국제 인증을 받았다. LG전자도 앞으로 산업용 로봇의 패러다임이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SW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존 상업용 로봇인 ‘클로이’를 물류 산업 현장에 적용한 ‘LG 클로이 캐리봇’도 개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을 더 똑똑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소프트웨어는 어느 로봇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로봇 OS를 선점하라

로봇 운영체제(OS)를 둘러싼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특정 명령만 수행하면 되는 스마트폰 등 기존 IT 기기와 달리 최근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리 공간에서 사람들과 직접 상호작용을 하며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로봇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전문 OS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시장을 선점한 OS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가 결국 스마트폰 시대를 점령한 것처럼 OS 표준을 만드는 업체가 생태계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에서도 로봇 OS 사업에 뛰어든 사례가 나왔다. 네이버랩스가 지난 3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국제기술전시회 LEAP 2024에서 처음 선보인 ‘아크마인드’는 네이버 자체 웹 플랫폼인 ‘웨일OS’를 기반으로 만든 로봇 OS다. 평범한 웹 개발자도 로봇 전용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HTML·CSS(코딩 언어 종류)를 통해 로봇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웹에서 쉽게 통합·확장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산업 현장은 다양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돌발 변수에도 능숙하게 대응할 로봇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같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로봇 OS를 가진 기업이 미래 로봇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고 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