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트래픽(인터넷 접속량) 폭주로 국세청 연말정산과 코레일 명절 열차 예매, 대학교 수강 신청이 꼽힌다. 명절 열차 예매에만 120만명이 몰리고, 연말정산 때 몰리는 트래픽은 최대 1300만에 달한다. 하지만 트래픽으로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예전처럼 흔하지는 않다. 일종의 ‘가상 대기실’을 만들어 진입량을 제어하고, 한 번에 몰린 트래픽에 순서를 매겨 자리가 빌 때 차례로 접속시키는 소프트웨어가 보급된 덕분이다.

에스티씨(STC)랩의 박형준(52) 대표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서핑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명인 STC랩에는 ‘변화 가득한 인터넷 바다를 서핑하듯 즐기자’는 의미인 ‘Surfing The Change’가 반영돼 있다. /전기병 기자

‘에스티씨(STC)랩’은 이 소프트웨어를 처음 개발한 기업이다. 2020년 창업한 스타트업이지만, 넷퍼넬이라 불리는 이 기술로 현재 국내 웹 트래픽 관리 시장의 97%를 장악하고 있다.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대기업과 제1금융권은 물론이고, 코로나 시기 질병관리청의 백신 예약 서비스 트래픽 관리도 에스티씨랩이 도맡았다. 최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형준(52) 에스티씨랩 대표는 “트래픽 급증으로 인한 서비스 장애와 고객 이탈, 이를 피하기 위한 과도한 서버 투자는 기업 입장에서 큰 비용”이라며 “IT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트래픽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에스티씨랩의 시작은 2008년 서태지 컴백 콘서트였다. 그 전에 창업한 IT 서비스 기업 ‘에임투지’의 대표였던 박 대표는 당시 콘서트 예매 시스템을 담당하며 트래픽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는 “최신 장비를 도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예매 시작 30초 만에 서버가 다운됐다”며 “당시만 해도 트래픽 관리 기술은 해외에서도 찾기 어렵던 블루오션이었다”고 했다. 에임투지는 이듬해 넷퍼넬을 개발했고, 박 대표는 이후 에임투지를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넷퍼넬 사업 부서를 기반으로 에스티씨랩을 재창업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 성장세나 변화가 훨씬 크다고 판단해 인적·물적 분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시장을 선점한 에스티씨랩이 요즘 새롭게 집중하는 분야는 바로 트래픽 폭주의 주범으로 꼽히는 매크로(자동 접속 봇)다. 올 3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악성 매크로를 실시간 탐지·분석해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시장에 내놓기도 했다. 박 대표는 “국내 트래픽은 이제 매크로끼리 경쟁할 정도”라며 “국내 12개 대학교 수강 신청에 대한 기술 실증(PoC) 결과, 수강 신청에 성공한 트래픽의 98%가 매크로였다”고 했다.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무료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활용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트래픽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에스티씨랩은 초당 30회 이상의 빠른 클릭 속도와 미리 설정된 좌푯값을 통한 빠른 접근성, 정확한 간격으로 취소되는 표를 찾는 경향성 등 매크로 특징을 분석해 차단하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에는 AI 학습을 위해 외부 데이터를 대거 긁어오는 ‘스크리핑 매크로’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티씨랩의 장기 목표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 국내 첫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가 바로 해외 진출 원년”이라고 했다. 실제 STC랩은 지난 4월 북미 지사를 열어 현지인 직원을 선발했고, 미국 기업 3곳과 기술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난달 고객사를 확보해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