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 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김범수 카카오 CA 협의체 공동의장이 22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김 의장은 다음 날 새벽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뉴스1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혐의로 23일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의장에 대해 “증거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이날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의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하려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검찰은 김 의장이 지난해 2월 28일 카카오그룹 계열사를 통해 1300억원 상당의 SM 주식을 매입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중점적으로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 의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 발단은 카카오가 SM을 두고 하이브와 벌인 인수전이다. 카카오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거액의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도 증시 상장에 실패하자, 현금이 많은 SM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카카오는 23일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래픽=박상훈

◇독이 된 SM 인수전

카카오는 성장성이 큰 기업을 인수해 사업을 확장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미용실 예약과 배달 대행 등 당시 스타트업이 하던 사업을 인수하며 골목 상권에 진출했다. ‘문어발 확장’ ‘내수 기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카카오가 택한 탈출구는 해외시장이었다. 김 의장은 2022년 20% 수준이던 해외 매출 비율을 2025년까지 30%로 높이겠다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선언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글로벌 진출 발판으로 삼았다. 이를 위해 카카오엔터는 2023년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 투자청(GIC)에서 1조20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PIF 등은 카카오엔터의 IPO를 요구했던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웹툰 이외에 연예인 매니지먼트와 드라마·영화 제작 등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고, IPO는 제대로 시도조차 못 했다. 결국 카카오는 2021년 무렵부터 검토하던 SM 인수·합병에 나섰다. SM은 해외 매출 비율이 높고, 현금성 자산이 1조원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가 해외 진출과 IPO를 위해 SM 인수에 사활을 걸게 됐다는 것이 검찰 측 분석이다. 카카오는 1조2500억원에 SM엔터 인수에 성공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위기 탈출을 위해 ‘사업 혁신’ 대신 인수·합병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했다가 대가를 치르는 것 같다”고 했다.

◇더욱 커지는 카카오 리스크

카카오 측은 “SM 인수 계획을 밝히고, 시장 가격에 주식을 매수한 것은 정당한 인수·합병 행위”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검찰은 “하이브가 공개 매수를 하는 도중에 카카오가 이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식을 집중 매수해 특정 가격 이상으로 주가를 올린 행위 자체는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번 김 의장의 공소장에서는 빠졌지만, SM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원아시아’라는 사모 펀드와 카카오가 공모한 혐의도 검찰은 수사 중이다.

카카오의 SM 인수는 현재까지는 득보다 실이 많다. 125개까지 줄었던 카카오 계열사는 SM 인수로 147개까지 늘어나며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카카오엔터와 SM 간의 시너지에도 물음표가 붙어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이 카카오와 거리를 두면서 일부 계열사 회의에는 참석조차 안 한다”며 “두 회사가 화학적 결합은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김범수는 누구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은 네이버의 이해진, 넥슨의 김정주, 쏘카·다음의 이재웅과 함께 이른바 ‘86학번 황금 세대’로 한국 벤처 1세대로 꼽힌다. 삼성SDS에 입사해 PC통신 ‘유니텔’을 개발한 그는 퇴사한 뒤 1998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게임 포털 ‘한게임’을 만들어 성공했다. 2000년 한게임이 네이버와 합병한 뒤 NHN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제2의 창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