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내 최대 규모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이달 초부터 3주째 ‘무기한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제3노조인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이 전삼노를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총파업에 참여하는 직원들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전삼노의 파업 명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동행노조는 사내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기대했던 대표 노조의 총파업을 통한 협상이 회사와의 첨예한 대립으로 더 이상 합리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길로 들어서고 있다” 며 “강성노조의 힘은 앞으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실망만 안겨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행노조는 지난 2018년 9월 설립된 노조로 조합원 수로는 전삼노와 DX노조에 이어 3번째로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동행노조는 이날 메일에서 “결국 직원들만 서로 갈라지고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직원을 위한 노동조합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총 5개 노조가 있다.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노동조합(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전국삼성전자노조(4노조), DX노동조합(5노조)이다.
동행노조 외에 5노조인 DX노조가 포함된 노조인 ‘초기업 노조’도 이날 조합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총파업에 우려를 보탰다. 이들은 메시지에서 “무기한 파업으로 인해 전삼노 조합원과 직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원만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초기업 노조’는 앞서 지난 2월 삼성전자의 DX노조와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가 참가한 삼성그룹 내 첫 통합 노조다.
초기업 노조는 지난달에도 전삼노가 조합원 수를 부풀렸다는 폭로를 한 바 있다. 당시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DX지부장은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전삼노가 2020년 노조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조합원 수를 부풀린 데다 민노총 금속노조 간부가 전삼노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었다.
다른 노조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며 현재 ‘교섭 대표 노조’ 지위를 갖고 있는 전삼노가 8월 초까지 사측과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대표 지위를 상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앞서 전삼노는 지난해 8월 대표 교섭권을 확보해 1년이 되는 오는 8월 4일까지 대표 노조 지위를 보장받는다.
하지만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교섭 대표 노조가 1년 동안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다른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8월 5일 삼성전자 5개 노조 중 다른 노조가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새로운 절차가 개시되는 것이다. 이 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도 기존 대표 노조가 쟁의행위를 하는 경우 이는 불법 쟁의가 될 소지가 있다.
이같은 이유로 전삼노는 앞서 “8월 5일 변경사항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 기간 안에 (교섭을) 끝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오는 29일부터 사흘에 걸쳐 ‘끝장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대표교섭권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전삼노는 끝장 교섭에서 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삼노는 임금 인상률 상향과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며 이달 초부터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삼노 조합원 수는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당초 지난 8일 전삼노가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벌인 총파업 결의대회에는 회사 추산 3000여 명, 노조 추산 6500여 명이 참석했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전삼노가 벌인 사내 홍보집회에는 회사 추산 150여 명, 노조 추산 350여 명으로 숫자가 크게 줄었다. 3주째인 26일 사내 집회에는 100명 안팎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