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독점법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독점법은 1890년 존 셔먼 당시 상원의원 주도로 만들어진 ‘셔먼법’ 이후 134년간 미국 자유시장 경제를 유지하는 뼈대로 평가됐다. 미 정부의 철퇴를 맞은 기업들은 사업을 매각하거나 강제 분할해야 했다.
반독점 소송의 대표 사례는 존 데이비슨 록펠러가 1870년 창업한 스탠더드 오일이다. 1904년까지 스탠더드 오일은 여러 기업을 거느리며 미국 석유 시장의 약 90%를 차지했다. 미국 대법원은 1911년 이를 독점으로 보고 34개 회사로 분할하도록 명령했다. 이 회사들은 이후 인수·합병 등을 거쳐 현재의 엑손모빌·셰브론·BP 등이 됐다. 1890년 설립된 아메리칸 타바코 역시 경쟁사를 대거 인수하며 담배 시장을 장악했다. 아메리칸 타바코는 1911년 대법원 판결로 BAT 등 16개 기업으로 강제 분할됐다. 1942년 방송사 NBC는 NBC와 ABC로 분할됐고, 유선전화 사업 분야에서는 AT&T가 벨 애틀랜틱 등 8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모두 독점 해소를 위한 조치였다.
20세기 디지털 산업으로 전환되면서 반독점 칼날은 IT 기업을 향했다. 미 법무부는 1969년 IBM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IBM이 컴퓨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독점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소송은 13년간 이어지며 900명이 넘는 증인이 소환됐다. 법무부는 1982년 IBM의 ‘시장 지배력이 약해졌다’며 소송을 취하했지만, 하드웨어에 끼워 팔던 소프트웨어를 외주사에 맡기기로 한다. 덕분에 소프트웨어 산업이 성장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 수혜자 중 하나가 마이크로소프트(MS)다.
소프트웨어로 세계적 기업이 된 MS도 반독점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PC 운영체제(OS) 시장 90%를 차지하며 독점기업이 되자 미국 정부는 반독점 소송에 나섰다. 경쟁 당국은 OS인 윈도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아 경쟁을 저해했다고 봤다. 회사가 분할될 위기에 처했지만, MS는 빌 게이츠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윈도와 연동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도록 윈도 소스코드 일부를 공개하는 데 합의했다. 이를 기회 삼아 성장했던 구글은 2020년 검색 엔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고소당했고, 결국 독점기업이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