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당장 내달 계획돼 있던 연례 개발자 대회 ‘인텔 이노베이션 2024′를 취소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뒤 주가가 곤두박질치자 연례 최대 행사까지 취소하기로 했다.
8일 인텔은 “신중하게 검토한 끝에 우리는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인텔 이노베이션 2024′ 행사를 2025년까지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매년 열리는 행사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취소한다는 뜻이다. 인텔 이노베이션은 팻 겔싱어 현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2021년부터 시작한 것으로 자체 최대 규모의 행사다. 인텔은 올해 9월 24일부터 이틀간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지난해 같은 장소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텔은 1.8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급인 반도체 웨이퍼 시제품을 공개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이번 행사 취소 결정의 직접적 원인은 실적이다. 인텔은 현지 언론에 “예상보다 어려운 2024년 실적과 전망을 감안할 때 비용 구조를 계속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인텔은 지난 1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16억1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14억8000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실적을 발표하며 인텔은 “사업 구조조정, 인력 감원 등을 통해 총 100억달러(약 13조7100억원) 규모 비용 절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인텔 주가는 계속 내림세다. 지난 9일 인텔 주가는 19.79달러에 마감했다. 한 달 전 34.59달러 대비 42% 하락했다. 현 주가 19.79달러는 1990년대 후반 수준에 그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PC 시대 제왕이라는 틀에 갇혀 모바일 시대에 이어 인공지능(AI) 시대에서도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2021년 재진출한 파운드리 사업도 적자 폭이 커지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인텔이 행사를 취소한 날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인텔의 선순위 무담보채권 등급을 기존 A3에서 Baa1로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도 ‘안정’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무디스는 “향후 12~18개월 동안 인텔의 수익성이 상당히 약화될 것이라는 예상을 반영한 것”이라며 등급 하향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