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전 CEO./로이터 연합뉴스

에릭 슈미트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가 구글이 재택근무 때문에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쳐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가 역풍을 맞고 이를 철회했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슈미트 전 CEO는 최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공개 강연에서 참석해 ‘구글은 왜 AI선두 자리를 오픈AI나 앤스로픽 같은 스타트업에 뺏겼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구글이 승리보다 ‘워라밸’을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구글 직원들은 이른 시간에 퇴근하고, 집에서 일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타트업이 잘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지옥에서 일하는 것 처럼 근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슈미트 전 CEO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CEO 등과 함께 재택근무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해온 대표적 인물이다. 이날 그는 강연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러분이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에 나설 경우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며 일주일에 하루만 회사로 출근하는 방식으로 다른 스타트업과 경쟁하도록 둬선 안된다”고 했다.

하지만 슈미트 전 CEO의 발언은 곧바로 커다란 반발을 일으켰다. 18만 2000여명의 근로자를 대표하는 알파벳 노동조합은 X를 통해 “구글의 유연한 근무 방식은 업무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며 “오히려 지속적인 해고에 따른 인력 부족과 임금 동결,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의 판단 부족이 우리의 업무 속도를 늦추는 이유”라고 반박했다. 파문이 커지자 슈미트 전 CEO의 발언이 담긴 스탠퍼드대 강연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슈미트 전 CEO는 WSJ에 “구글과 그들의 근무 형식에 대해 실언(misspoke)했으며, 이 같은 실수를 후회한다”며 “스탠퍼드대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슈미트 전 CEO는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구글 CEO로 재직하며 구글을 단순 검색 기업이 아닌 광고·모바일·클라우드 컴퓨팅 등 사업까지 아우르는 종합 IT기업으로 발돋움 시킨 주역이다. 그는 재직 중 지메일과 구글맵스 등 인기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구글 모회사 알파벳 회장직에서, 2019년 알파벳 이사회에서도 물러났지만 여전히 알파벳 주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