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올해 3월부터 강력한 빅테크 반독점 규제법인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며 첫 시범 사례로 애플에 18억유로(약 2조70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애플 전 세계 매출의 0.5%에 달하는 규모다. 애플이 자사 기기에서 사용하는 앱 관련 유료 콘텐츠 구매 시 모든 결제를 애플 앱 장터를 통하게끔 한 ‘인앱 결제’ 강제와 최대 30%에 달하는 높은 결제 수수료가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음원 유통시장을 장악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고 본 것이다.
유럽의 강력한 규제 기조에 애플은 결국 유럽에서 인앱 결제 시스템을 손보기로 했다. 과징금 처분을 받기 직전 인앱 결제 외에 앱 개발사들이 원하는 대체 결제 시스템 도입을 허용하고, 결제 수수료 역시 최대 30%에서 17%로 낮추기로 했다. 앱 장터가 아닌 외부 앱사이트 주소(URL)를 통해 앱을 설치할 수 있는 ‘사이드 로딩’도 처음 허용키로 했다.
빅테크의 본거지인 미국에서도 인앱 결제 강제를 반독점법 위반으로 보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은 지난해 12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앱 장터)와 결제 서비스를 불법적으로 독점 운영했고, 이에 따라 에픽게임즈가 피해를 봤다”는 판결을 내놨다. 에픽게임즈는 구글 앱 장터를 우회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가 앱 장터에서 서비스하던 게임이 퇴출당했던 미국의 유명 게임 개발사다. 구글의 조치에 반발해 지난 2020년 반독점 소송에 나섰고, 3년 만에 승소했다.
구글은 판결 직후 대체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고, 앱 개발사들이 다른 결제 시스템도 홍보할 수 있게끔 앱 장터 생태계를 개방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 밖에 인앱 결제의 높은 결제 수수료로 피해를 본 미국 소비자를 위한 7억달러(약 9000억원) 규모의 합의금도 마련했다. 미국 36개 주(州) 정부와 소비자들이 제기한 비슷한 소송에 손을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