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삼성전자가 해외 판매 법인을 중심으로 인력 감축에 들어갔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동남아·호주·뉴질랜드 법인 인력의 약 10%를 줄이는 등 글로벌 법인의 영업·마케팅과 행정 직군에서 인력 구조 조정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하는 인력 조정”이라며 “다만 목표치를 정해두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삼성전자가 해외 인력을 조정하는 것은 ‘비상 경영’ 차원에서 방만했던 조직을 줄이고, 사업 부진이 길어질 것에 대비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산업에서 확실한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우선 핵심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때 3분기 중 양산을 예고했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2단)는 아직 본격 생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엔비디아 납품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테스트 통과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부문에서는 첨단 칩을 제조하려는 빅테크 고객사들을 확보하지 못해 1위인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확실한 수익원인 D램 반도체의 향후 글로벌 업황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기존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내리면서 “D램 등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인한 수요 둔화”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그래픽=양인성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폰 시리즈 흥행 실적도 기대에는 못 미친다. 삼성전자는 국내 사전 판매 기간에 91만대를 팔았는데, 이는 전작 102만대를 밑도는 수치다.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최근 갤럭시 Z플립6 판매 전망을 일부 하향 조정했다.

이런 영향으로 2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한때 5만원대로 내려가며 전날보다 200원 떨어진 6만1300원에 마감했다. 지난 7월 5일 2분기 실적 발표 전후 8만원대 후반을 기록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8월 중순 8만원대가 무너진 후 계속 하락세다.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 분야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재정비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월에는 메모리 사업부 D램 개발실 내 HBM 개발팀을 신설해, 흩어져 있던 HBM 관련 기술 및 첨단 패키징 인력을 한데 모았다. 또 D램과 파운드리 공정을 병행하려던 평택 제4공장 계획을 D램 전용으로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의 근본인 메모리 분야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