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치안 유지와 범죄자 수사에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한 사례가 올해들어 급증했다. 올초부터 8월까지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한 사례는 117건으로 지난 4년 동안의 사용 건수(32배)를 합친 것의 거의 4배로 늘었다. 지난 5년 간 영국 경찰은 거리의 방범카메라(CCTV) 등을 이용해 총 77만명의 얼굴을 스캔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런던 시의회 녹색당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시티홀 그린스를 인용해 영국 경찰이 수사에 인공지능(AI) 안면 인식 기술을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안면 인식 기술은 눈, 코, 입 등 얼굴 형태나 특징을 추출해 얼굴을 인식한 뒤 저장된 데이터베이스 자료와 비교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FT는 “일부 학자들은 얼굴 스캔이 부정확하고 편향적이어서 부당한 체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CCTV로 범인 잡는다
영국 경찰은 지난 2020년 1월 런던 전역에 강력범죄 대응을 위한 실시간 안면 인식 카메라(LFR)를 설치했다. 범죄자 검거 가능성이 있는 특정 장소에서 첨단 AI 카메라로 행인들의 얼굴을 스캔해 실시간으로 용의자 정보와 대조하는 것이다. 심각한 폭력 범죄, 총기 및 흉기 범죄, 아동 성 착취 혐의 등이 대상이라고 영국 경찰은 밝혔다.
FT에 따르면 영국 런던 시경은 이같은 얼굴 인식 기술로 런던에서 지난 5년 간 약 77만966명의 얼굴을 스캔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면 인식 기술은 총 716시간 25분동안 사용됐고 평균 지속 시간은 5시간이 조금 넘었다. 지역별로는 런던 중심부인 웨스트민스터와 런던 남부 지역인 크로이던 지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런던 시경 정보국장이자 전국 경찰 협의회 안면 인식 기술 책임자인 린지 치스윅은 FT에 “시경이 사용하는 실시간 안면 인식 기술은 테스트 결과 89% 정확도를 보였으며 우리는 이 기술이 유용하고 효율적인 도구라고 본다”며 " 크로이던과 웨스트민스터와 같이 범죄 발생률이 높은 지역에서 주로 활용한다”고 했다. 치스윅에 따르면 런던 시경은 실시간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해 올해 360명 이상의 범죄자를 체포했으며 행동 조건을 위반한 성범죄자 30명 이상을 체포했다.
특히 지난 8월 영국 전역에서 벌어진 반(反)이민·반무슬림 폭동 사건 당시 이 인식 기술이 적극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당시 안면 인식 기술의 광범위한 배포를 촉구한 바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와 낮은 정확도는 한계
이같은 활용에 대해 영국 시민단체는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 빅브라더워치의 실키 카를로 이사는 “런던 경찰의 실시간 안면 인식 스캔은 대중의 얼굴을 경찰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는 걸어다니는 신분증으로 만든다”며 “이는 프라이버시에 가장 심각한 위협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치스윅은 “수배자 목록에 없는 사람들의 생태 데이터는 ‘즉시’ 삭제된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불완전한 기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선 안면인식 기술 오류로 인해 졸지에 범죄자로 몰려 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작년 11월 랜들 쿠란 레이드라는 남성은 AI 안면 인식 시스템 오류로 인해 억울하게 체포됐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유로 미국 일부 주는 안면인식 기술을 금지하고 있다. 201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경찰 등 법집행기관의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미국 연방법원에도 지난해 3월 수사 기관이나 공무원이 안면 인식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이 제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