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래사업기획단이 소니·히타치 등 일본 기업을 집중 분석하고 있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지난해 말 신설된 조직이다. 1990년대 한국 기업에 밀려 쇠퇴했던 일본 기업들이 최근 사업 전환을 통해 부활하는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는 16일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 전기 산업의 쇠퇴와 부흥’을 주제로 일본 기업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삼성은 전자에서 게임·음악·영화 등 콘텐츠와 디지털 카메라 등으로 중심 사업을 재편한 소니, 기계·철도차량에서 IT 기업으로 변신한 히타치제작소 등을 연구 중이다. 두 회사 모두 2000년대 위기를 맞은 후 사업 구조를 과감하게 뜯어고친 회사다.
삼성전자는 전자산업뿐만 아니라 미쓰비시 등 일본 종합상사도 집중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0년대까지 무역 중개로 회사를 키워 오던 일본 종합상사들은 2000년대 초반 자원 개발 분야로 눈을 돌려 변신에 성공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영원히 살아남을 기업”이라며 2020년부터 일본 5대 종합상사(마루베니·미쓰비시·미쓰이·이토추·스미토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10년 넘게 반도체와 스마트폰·가전·디스플레이 중심의 사업 구조를 바꾸지 않았고, 결국 4개 부문 모두 중국 기업의 공세로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며 “최근 주력 사업의 위기에 따라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을 다시 되돌아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과 삼성의 인연은 각별하다. 이건희 선대 회장은 2000년대 후반 삼성 임원들이 “우리가 일본을 넘어섰다”고 보고하자 “왜 일본의 저력을 보지 않느냐. 우리도 사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질타했다. 닛케이는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 기업 사례를 연구하기 시작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일본 이외에 전 세계적으로 100여 개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일본 기업 외에도 구글과 아마존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급변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어떻게 변신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