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조선일보 테크(기술) 유튜브 영상 시리즈 ‘테키타카’에 새롭게 합류한 테크부 안상현 기자입니다.
저는 지난 14~1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24′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참가 기업 수가 전년 대비 30% 이상 늘어난 덕분인지, 누적 관람객 수가 21만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흥행을 달성했습니다.
지스타의 흥행은 출품한 신작 게임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럼 올해 지스타 흥행의 일등공신은 누구일까요. 현장에서 2~3시간씩 걸리는 대기줄을 만든 건 콘솔(게임 전용 기기)용 액션 게임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된 게임이었습니다. 펄어비스의 ‘붉은사막’과 넥슨의 ‘퍼스트 버서커: 카잔’,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가 그 주인공이죠.
우리나라 게임업계는 원래 리니지M’ 같은 모바일 MMORPG 게임을 주로 개발해오며 콘솔 게임 불모지라 평가받아왔는데, 작년부터 네오위즈 ‘P의 거짓’,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호평받는 국산 콘솔 액션 게임이 거듭 출시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체험판을 해보니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붉은사막’과 ‘퍼스트 버서커: 카잔’도 흥행 바톤을 이을만한 저력이 느껴졌습니다.
크래프톤이 선보인 AI 기술 기반 게임에도 큰 관심이 쏠렸습니다. 특히 제가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인조이에는 그전에 보지 못한 새 AI 기술이 탑재됐는데요. 사진을 찍어 컴퓨터에 올리면 AI 사진 속 객체를 3차원으로 모델링해 게임 속 아이템으로 구현해주는 기능이었습니다. 야외무대에서는 AI 음성 인식 기술이 게이머의 목소리 크기와 발음, 감정을 평가해 마법주문의 공격력을 계산해주는 게임 ‘마법소녀 루루핑’을 체험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마법소녀 루루핑은 올해 이미 출시가 됐고, AI NPC(배경 캐릭터)까지 탑재될 예정인 인조이는 내년 3월 출시될 예정입니다. AI 기술이 적용된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하는 것인데요. 사실 AI가 게임에 미친 영향보다 게임이 AI에 영향에 미친 영향은 훨씬 큽니다. AI 모델 구동의 필수 인프라로서 AI의 희토류 금속 내지 금(金)이라고 까지 불리는 그래픽카드(GPU)는 원래 게임용으로 쓰이며 발전을 거듭해왔죠. 이제는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이 된 엔비디아도 3차원 게임용 그래픽카드 제조기업으로 설립돼 챗GPT 등장 전까지만 해도 게이머들 사이에서만 알려진 기업이었습니다. 게임 산업은 어찌 보면 현대 생성형 AI의 숨겨진 아버지로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하는 효자 산업임에도 유독 찬밥 신세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폐지됐지만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들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에 10년을 시달렸고, 내년 한국표준질병사인(KCD) 개정에선 질병코드로 분류될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심지어 21만명의 게이머는 지난달 게임산업진흥법의 일부 조항이 불명확한 규정으로 지나치게 사전 검열을 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대 규모 헌법소원입니다.
우리는 게임 산업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상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테키타카는 유튜브 채널 ‘테킷’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