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인도 내 세 번째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조주완(사진 맨 앞) LG전자 CEO가 인도 노이다 공장을 방문해 생활가전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LG전자

LG전자가 인도에 세 번째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준공된 푸네 공장에 이어 20년 만이다. 아직 구체적인 부지와 착공 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인도 가전 시장에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 법인 연매출 4조 전망

LG전자는 1997년 인도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에 첫 공장을 짓고 2006년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에 두 번째 공장을 세웠다. 노이다 공장에서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오븐·정수기를, 푸네 공장에서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푸네 공장에 20억루피(약 330억원)를 투자해 양문형 냉장고 생산 라인을 증설했다. 증설 규모는 연간 10만대다. 하지만 생산 라인 증설만으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맞추기 쉽지 않아 제3공장 건설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LG전자의 투자 확대는 인도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인도는 인구가 14억명이 넘지만 가전제품 보급률이 낮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의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보급률은 각각 38%, 17%, 8%에 불과했다. 핵가족화와 일하는 여성의 증가로 식기세척기 등 가전 수요도 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2019년 110억달러(약 15조3000억원) 규모였던 인도 가전 시장은 2025년 210억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그래픽=양인성

인도는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도 꼽힌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비교해 지정학적 위험도 적다. 또 인도 내 한국 가전제품 선호도도 높다. LG전자의 올레드(OLED) TV와 에어컨은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인도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인도 법인 매출은 2021년 2조6255억원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 3분기 3조73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가전 구독 사업을 인도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인도 공장은 주변국으로의 수출 거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현재 LG전자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들은 내수 시장에 판매될 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에도 수출되고 있다.

◇인도로 달려가는 기업들

LG전자뿐 아니다. 현대차 인도 법인 HMI(Hyundai Motors India)는 지난달 인도 증시에 상장했다. 현지 진출 28년 만이다. 4조5000억원을 조달해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같은 R&D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인도 현지에서 처음으로 전기 SUV ‘크레타EV’를 생산해 내년 1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은 2017년 인도 수송 분야 1위 기업 다슬 지분 50%를 인수해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인도 법인 CJ다슬은 인도 전역에 187개 거점을 보유하고, 3000여 고객사를 대상으로 종합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J다슬의 올 상반기 매출은 407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0% 넘게 늘었다. CJ다슬 역시 상장을 추진해 자금을 확보한 뒤 전기차 구매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생산 거점 확대와 IPO를 통한 자금 조달로 인도 투자에 나선 한국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인도의 거대 내수 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물론 인도 주변 국가로 수출하는 허브로도 활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