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 일반 직장인에겐 선망의 숫자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잘나가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딱 1억원을 받는다면 어떨까. 이야기의 주인공은 산업의 패러다임을 뒤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선구자이자, 테크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샘 올트먼(39) 오픈AI 최고경영자(CEO)다.
20일 블룸버그는 오픈AI가 미국 국세청에 제출한 세무신고서를 인용, 올트먼의 지난해 연봉이 7만6001달러(약 1억633만원)였다고 보도했다. 2022년 연봉 7만3546달러(약 1억269만원)에서 3.34% 소폭 상승했다. 보통 신입 엔지니어도 연봉 15만달러 이상인 실리콘밸리에선 연봉 10만달러 이하를 ‘저연봉자’로 구분하기도 한다. 그의 역할이나 책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무보수로 일하는 셈이다.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급여와 주식 보상 등을 합쳐 총 4850만달러(약 677억6420만원), 구글의 순다 피차이는 총 880만달러(약 123억원)를 받았다.
◇올트먼의 연봉 왜 유독 낮나
올트먼의 연봉 7만6001달러에 보너스가 포함돼 있는지는 세무신고서에 나와 있지 않다. 보통 실리콘밸리에선 보너스를 주식으로 받는데, 올트먼은 오픈AI 주식을 단 한 주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연봉 이외 다른 보너스를 수령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올트먼은 과거 자신의 연봉과 관련해 “건강 보험을 받을 수 있는 최저치의 보수를 받고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올트먼이 오픈AI에서 높은 연봉을 받지 않은 이유로는 오픈AI의 시작이 ‘비영리법인’이었다는 점이 꼽힌다. 올트먼의 주요 창업 동기는 바둑 AI ‘알파고’로 유명한 구글 딥마인드가 인류에 위협적인 고성능 AI를 개발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2015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에게 보낸 오픈AI 창업 제안 메일에서 그는 “비영리법인을 통해 안전한 AI 기술을 세상에 제공하고, 직원들은 스타트업 수준의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같은 제약으로 오픈AI 초기 자금을 모두 댄 머스크는 물론, 올트먼과 오픈AI의 사외이사들 누구도 오픈AI의 지분을 갖지 못했다.
올트먼의 낮은 연봉은 ‘오픈AI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자신의 의지도 큰 작용을 했다는 분석이다. 오픈AI 직원의 평균 연봉은 13만6810달러(약 1억9000만원)이며, 지난 5월 회사를 떠난 일리야 수츠케버 전 오픈AI 최고과학자는 작년 32만2201달러(약 4억5114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올트먼이 일반 직원보다도 낮은 연봉에 지분도 갖지 않는 것에 대해 올트먼은 “개인 재산을 늘리기 위해 사업적 결정을 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비영리’라는 창업 취지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최근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 과정에 7% 수준의 오픈AI 지분을 취득할 것이라는 보도에 “근거 없는 얘기”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억만장자 올트먼
그렇다고 올트먼이 가난한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오픈AI CEO를 맡기 전에도 성공한 창업가이자 유명 투자자였다. 그는 19세 때 창업한 위치 기반 소셜 네트워킹 앱 ‘룹트(Loopt)’를 2012년 4340만달러에 매각했고, 이후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 합류해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다. 그는 한때 테크계를 휩쓸었던 ‘공유경제’의 대표 기업인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초기 투자자로 유명하다. 또 올해 큰 주목을 받으며 상장한 미국 최대 커뮤니티 ‘레딧’ 창업 초기에 6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지분의 가치는 현재 10억달러 이상으로 불어났다. 투자한 스타트업만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그의 자산 규모는 적어도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