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출시 초반 과열 양상을 보였던 비만 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비대면 처방이 최근 절반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위고비 남용의 부작용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커지자, ‘묻지 마 식 처방’이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27일 국내 비대면진료 업체 나만의닥터에 따르면, 위고비 비대면 처방 건수는 출시 직후인 10월 넷째 주(21~28일)와 비교해 11월 둘째 주(4~10일) 약 5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닥터나우의 위고비 비대면 처방 건수도 약 53% 줄었다. 닥터나우에 따르면, 최근 위고비 처방 요청 10건 중 4건꼴로 진료 과정에서 기준 미달 등 이유로 처방이 거절됐다. 선재원 원격의료산업협의회 회장은 “출시 초반에 비해 위고비 열풍이 식고 처방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병원들이 무분별한 처방을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국내 처음 출시된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다. 주 1회 주사로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 30 미만이면서 당뇨나 고혈압 등을 앓고 있는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다.
위고비는 출시 후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 기준에 미달해도 이를 따지지 않고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사례가 나타나며 오남용 우려가 이어져 왔다. 일부 병원에서는 키와 몸무게도 묻지 않고 1분 만에 처방해주기도 했다. BMI 등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이 위고비를 투약할 경우 구토, 변비, 복부 팽만을 비롯해 흡인성 폐렴과 췌장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70대 남성이 위고비 용량을 자의로 늘렸다가 급성 췌장염으로 입원한 뒤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