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 제재에 맞서 중국이 거대 시장을 앞세워 빅테크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내에서 AI 스마트폰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중국 업체들의 AI를 탑재하도록 요구하는 식이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중국을 찾았다. 올 들어 세 번째 방중이다. 쿡 CEO의 중국 방문은 애플이 하반기 출시한 AI 폰 때문이다. 애플은 여기에 자체 AI 모델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할 계획이지만,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서 AI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 애플의 AI 출시와 관련해 중국 규제 기관 고위 관계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애플과 같은 외국 기업이 자체 모델을 운영하려면 길고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애플에 중국의 AI 모델을 탑재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애플이 중국에서 AI를 출시하는 데 난관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애플 입장에선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바이두와 바이트댄스, AI 스타트업 문샷 등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뿐 아니다. 삼성전자도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구글의 ‘제미나이’를 탑재했지만, 중국에서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공급 회사로 중국 바이두를 선정했다. 미국의 오픈AI는 중국 정부가 방화벽으로 중국 내 챗GPT 사용을 봉쇄한 상황에서 중국 개발자들이 우회로를 통해 연구와 벤치마킹을 위해 챗GPT를 활용하자, 지난 7월 중국 서비스를 완전히 차단했다.

중국의 ‘빅테크 길들이기’는 미국의 AI 제재 속에서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은 오픈AI나 구글, 메타 등 미국 기업들보다 AI 개발이 늦었다. 이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지원과 더불어 해외 기업들을 견제하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승인된 LLM은 현재 18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동영상 생성 AI 분야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오히려 뛰어난 성능의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