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일 대중 첨단 반도체 및 장비 수출 금지 규제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에 미국은 자국 기업과 제품뿐 아니라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활용된 제품에 대해서도 대중 수출을 금지하기로 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동맹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반도체·장비가 포함되는 것이다.
한국도 제한적이나마 미국의 대중 제재 영향을 피하긴 어렵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일부 사양이 낮은 HBM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매출 비율이 높지 않지만,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이 이번에 열처리, 계측 장비 등 새로운 반도체 장비 24종 등을 제재 대상에 추가하면서 국내 장비 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를 다루는 국내 기업이 그나마 많지는 않다”고 했다.
다만 미국이 중국의 최대 메모리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부담이다. CXMT는 글로벌 시장에 구형 D램을 ‘덤핑’ 수준으로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D램 가격이 하락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악재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 제품 ‘DDR4 8Gb’의 평균 고정 거래 가격은 지난달 1.35달러로, 전달보다 20% 넘게 하락했다. 미국의 대중 제재 동참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에 미국이 자국 수준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라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한국 기업 입장에선 중국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