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메타·애플이 키운 확장현실(XR) 경쟁에 본격 참전한다. 12일 구글은 삼성전자와 퀄컴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한 XR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했다. 이 OS는 삼성전자가 내년에 선보이는 XR기기 ‘프로젝트 무한’에 처음으로 탑재되게 된다.
샤흐람 이자디 구글 XR부문 부사장은 이날 “10여년 전 구글은 ‘모두를 위한 컴퓨팅 환경의 변화’라는 아이디어에서 안드로이드를 출시했고, 이제는 미래를 향한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며 “안드로이드XR을 통해 차세대 컴퓨팅과 혁신적인 헤드셋·안경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2013년부터 빅테크 중 가장 먼저 AR안경인 ‘구글 글래스’ 개발에 나섰지만, 당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전화받기·메시지 확인 등에 제한돼 곧 판매가 중단됐었다. 이후 구글이 메타가 ‘퀘스트’ 시리즈를 선보이고, 애플이 올해 ‘비전 프로’를 내놓는 동한 스마트 기기 분야에서는 큰 움직임이 없었다. 테크 업계에선 “구글이 자신이 가장 잘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다시 XR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은 안드로이드XR을 통해 다양한 기기제조사와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OS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삼성전자를 포함한 다양한 스마트폰 제조사에 OS를 판매하고, 앱 개발자를 지원한 것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날 구글은 안드로이드XR에서 개발자가 새로운 안드로이드XR 기기용 게임과 앱을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XR은 내년 1월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갤럭시 S25 언팩에서 함께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AR안경 ‘프로젝트 무한’에 가장 먼저 탑재될 예정이다. 구글은 이날 “헤드셋을 통해 이용자는 AI비서인 제미나이와 대화하고,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고 했다.
구글이 올 1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에 가장 먼저 탑재했던 ‘서클 투 서치’ 기능도 AR안경에 그대로 탑재될 예정이며, 구글의 인기 앱들인 유튜브·구글 포토·구글 지도 등도 삼성의 기기에 최적화돼 제공될 예정이다. 이날 구글이 공개한 시연 영상에선 안경 하단에 구글 지도가 작게 표시되며 목적지까지 가는 방향을 제시해줬고, 한글로 ‘김밥’ ‘만두’ 등이 쓰여져 있는 메뉴판을 안경이 자동으로 영어로 번역해 보여주기도 했다.
구글 플레이에서 사용할 수 있었던 모바일 앱 역시 대부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자디 부사장은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도 길 찾기, 번역하기, 메시지 요약 등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고, 모든 정보가 눈 앞에 펼쳐지거나 귀에 직접 들리게 된다”고 했다.
삼성전자도 구글과 함께 ‘스마트 안경’ 시장에 재진출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VR기기 ‘기어VR’을 출시했었지만, 큰 성적을 내지 못하고 관련 신제품을 수년째 내놓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무한 제품을 내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2만~3만대 이상 공급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최대 라이벌인 애플과 스마트안경 분야에서도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