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손잡고 확장현실(XR) 시장에 본격 참전한다. 12일 구글은 XR 기기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만드는 XR 기기에 탑재돼 퀄컴의 반도체로 구동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기기)-구글의 안드로이드(OS)-퀄컴의 스냅드래건(모바일용 반도체) 연합으로 애플과 모바일 시장을 양분한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이식하겠다는 전략이다.
‘안드로이드 XR’ 운영체제가 탑재된 고글이나 안경 형태의 XR 헤드셋을 쓰면, 렌즈 너머 보이는 한국어 메뉴판을 구글 번역 앱이 영어로 자동 번역해 준다. 길거리를 다니면 구글 지도로 도착지까지 가야 할 길이 안내된다. 구글의 인공지능(AI) 모델인 제미나이가 탑재돼 손을 쓰지 않고도 명령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XR은 삼성전자가 내년 선보일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에 탑재될 예정이다. 김기환 삼성전자 부사장은 “가장 편안하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으로 최첨단 기술을 통해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토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XR 헤드셋은 ‘갤럭시’ 스마트폰에 탑재된 AI 검색 기능인 ‘서클 투 서치’도 적용된다. 이 XR 헤드셋은 내년 초 새 스마트폰 갤럭시S25 발표 행사에서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XR 헤드셋 시장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디바이스(기기)로 꼽히며 빅테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애플이 500만원짜리 헤드셋 ‘비전프로’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메타는 2014년 가상현실 헤드셋 개발사 오큘러스를 인수하며 이 분야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삼성전자와 구글은 이번이 XR 시장 재도전이다. 구글은 2013년 빅테크 중 가장 먼저 스마트 안경 개발에 나섰지만, 당시 기술로는 전화 받기·메시지 확인 등으로 기능이 제한되는 바람에 사업을 접었다. 삼성전자도 2015년 가상현실 기기 ‘기어VR’을 출시했지만,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스마트폰 라이벌 애플과 XR 헤드셋 분야에서도 정면 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했다.
☞확장 현실(XR)
컴퓨터로 완전히 새롭게 만든 세계를 뜻하는 가상 현실(VR)과 현실에 가상 세계를 덧입힌 증강 현실(A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영어 약자를 따 흔히 XR(eXtended Reality)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