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찾아가 만났다. 13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팀 쿡 CEO가 이날 트럼프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에서 트럼프를 면담하고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쿡 CEO가 올해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쿡 CEO에 앞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구글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하루 앞서 트럼프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빅테크 수장들이 잇따라 트럼프 당선인과 호흡 맞추기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찾아가 만나는 ‘식사 외교(bread breaking)’를 하는가 하면 다가올 취임식에 거액을 선뜻 기부하고 있다. 트럼프 1기 시절 사이가 껄끄러웠던 수장들도 앞장서서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YT는 “비록 달갑지 않더라도 다수의 빅테크 수장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워싱턴에서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는 현실을 인정한 한 주였다”며 “그들은 기부, 방문, 그리고 다양한 발언을 통해 트럼프 파티에 합류했다”고 보도했다.
◇너도나도 100만 달러 쾌척
최근 들어 트럼프에 대한 기금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트럼프 취임식에 100만 달러(한화 약 14억원)를 내놓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은 자사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라임비디오를 통해 취임식을 중계할 예정인데 이와 별도로 100만 달러를 기부한다. 아마존에 앞서 메타, 오픈AI 등도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쾌척한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트럼프 대통령이 AI 시대를 이끌 것이며 미국이 앞서나가도록 하기 위한 그의 노력을 지원하고 싶다”는 성명까지 냈다.
특히 그간 트럼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CEO들이 적극적으로 화해 제스처를 취하고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대표적이다. ‘앙숙’이라고까지 여겨지던 베이조스는 최근 들어 잇따라 트럼프 2기를 낙관하며 “트럼프는 지난 8년 동안 더 성장했고 더 차분해졌다”고 이야기해 청중을 놀라게 했다. 트럼프는 베이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가 민주당을 지지해왔다는 이유로 베이조스와 껄끄러운 사이를 유지해왔다.
마크 저커버그 CEO 또한 적극적으로 화해 무드를 이어가고 있다. 저커버그는 지난달 트럼프와 저녁 식사를 하며 이 자리에서 취임식을 위해 100만 달러 기부 계획을 밝혔다. 그는 식사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메타의 ‘레이 밴’ 스마트 안경을 시연하기도 했다. WSJ는 “저커버그가 트럼프 당선인과의 불편했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했다.
◇규제 완화될까
이들 기업이 나서는 건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각종 규제를 받아온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실제 바이든 집권 기간 동안 빅테크 규제는 강화돼왔다. 미국 정부는 아마존과 구글, 메타, MS 등 대부분의 빅테크를 상대로 독점 지위 남용이나 시장 경쟁 제한이란 혐의로 소송을 제기하고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대표적으로 구글은 현재 기업 분할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 법원은 구글을 ‘독점 기업’이라고 최종 판결을 내렸고, 미 법무부는 구글 웹브라우저인 크롬 매각을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최종적으로 수용하면, 미국에서 약 40년 만에 반독점 관련 대기업 사업 분할이 된다. 메타도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 때문에 자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와츠앱 강제 매각 위기에 놓여있다. 내년 4월 재판이 열린다.
이들 기업인들은 트럼프 당선을 기대감으로 바라보고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은 10일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며 각종 소송을 주도해왔던 리나 칸 FTC 위원장 후임으로 앤드루 퍼거슨 현 FTC 위원을 지명했다. 퍼거슨은 기업 독점 전문 변호사지만, 칸 위원장보다 현실적이고 친기업적 성향으로 알려져 있다.
NYT는 “최근 움직임으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빅테크 산업계의 지지가 더욱 커졌고 이들은 새 행정부에 대한 기대와 기쁨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