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의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런의 아내 셸리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다 “요리용 와인을 깜빡 잊었어”라고 말한다. 소파에서 축구를 보던 맥밀런 CEO는 와인을 주문했고, 15분도 채 안 돼 집 앞으로 드론이 와인을 배달했다. 모건스탠리 콘퍼런스에 참석한 맥밀런이 소개한 자신의 드론 배달 일화다.
드론 배달 시장이 본격 열리고 있다. 민간 기업들이 드론을 통해 음식뿐 아니라 소비재, 의약품까지 다양한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섬이나 산간 지역처럼, 기존 교통수단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도 빠르게 물건을 전달할 수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5년 미국 내 드론 배달 시장 규모는 50억달러(약 7조2000억원), 연간 배달 건수는 15억 건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지난달부터 애리조나주와 텍사스주에서 새로운 드론 ‘MK30’을 이용한 배달을 시작했다. MK30 드론은 이전 드론보다 두 배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고, 소음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배송 중 하강하면서 위성사진에서 포착되지 않은 빨랫줄도 감지하고 이를 피해 이동할 수 있다. 장애물뿐 아니라 사람, 동물, 다른 물체를 정확히 구별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도 적용됐다. 패스트푸드 기업 웬디스도 지난 3월부터 버지니아주에서 음식 배달을 시작했다. 배달앱으로 주문을 누른 뒤 음식을 받기까지 평균 18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드론 강국’ 중국에서도 드론 배달이 활발하다. 중국 DJI가 최근 당국으로부터 최대 30kg을 실을 수 있는 ‘플라이카트30’의 허가를 받았다. 물건 없이 최대 28km, 물건을 가득 채워서는 16km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중국 음식 배달 기업 메이퇀은 베이징 외곽 만리장성까지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메이퇀에 따르면, 드론은 바람과 비에도 비행할 수 있고 한 번에 최대 2.3kg을 배달할 수 있다. 요금도 일반 배달과 같은 4위안(약 800원)에 불과하다.
드론 배달은 의약품 배송에도 활용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인도 산악 지역 등에 지금까지 650회 이상 비행해 총 1만여 개의 의료품을 배달했다. 세계경제포럼은 “지상으로 의약품을 운송하면 8시간이 걸렸지만, 드론은 직접 날아가 시간이 단 22분으로 단축됐다”며 “위급한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산골 지역 주민들이 병원을 직접 찾지 않아도 드론으로 약을 받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