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빅테크들은 AI 반도체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더 많은 물량 확보로 AI 모델의 성능을 높여 경쟁사를 압도하겠다는 것이다.
1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는 엔비디아 AI 반도체인 ‘호퍼 칩’을 173만4000장 사들였다. 호퍼 칩은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용으로 설계한 AI 반도체로 올해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이다.
MS는 48만5000개로 가장 많았고 메타는 22만4000개, 아마존과 구글은 각 19만6000개, 16만9000개의 호퍼 칩을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에도 중국 기업들은 올해 엔비디아 호퍼 칩 구매 순위 2,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옴디아에 따르면 바이트댄스와 텐센트는 올해 엔비디아 칩을 각 23만개씩 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들이 산 칩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를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사양 칩 ‘H20′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빅테크는 수십만 개의 AI 반도체를 클러스터로 구성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잇따라 짓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는 이달 초 100만개가 넘는 AI 반도체를 구매해 초거대 데이터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수십만 개의 자체 AI 반도체로 구성된 거대한 AI 수퍼컴퓨터인 ‘울트라 클러스터’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데이터센터는 AI 반도체가 수천 개, 많으면 1만개 안팎 들어가지만 AI가 고도화되면서 필요한 반도체의 수도 천문학적으로 늘어가는 것이다. FT는 “최근 전례 없는 AI 투자 붐이 불면서 올해 빅테크들은 엔비디아 최신 칩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이 같은 지출의 약 43%가 엔비디아 몫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