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창 TSMC 창업주 겸 전 회장. /TSMC

저출생 국가의 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이 때문에 파격적인 저출생 복지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1위이자 대만 최대 기업인 TSMC는 내년부터 ‘베이비 3.0’이라는 이름의 출산 장려 복지를 시행한다. 대만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 0.87명(2022년 기준)으로 한국(0.72명·2023년 기준)과 함께 대표적인 저출생국으로 꼽힌다.

26일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TSMC는 ‘베이비 3.0’에서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임직원에게는 매년 7일의 유급 돌봄 휴가를 제공하고, 자녀를 한 명 더 낳을 때마다 3일을 더 주는 ‘7+3′ 돌봄 휴가를 신설한다. 이 밖에 임신 전 지원, 연간 7일의 재택근무 같은 혜택도 제공한다. TSMC는 시험관 시술 및 냉동 난자 시술을 위한 휴가 제도를 도입하고, 아이를 입양하는 경우에도 일정 기간 휴가를 보장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보는 “최근 엔지니어 사이에서 가장 필요한 복지가 육아 휴가”라며 “유연한 근무와 휴가 정책이 확대되자 직원들이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TSMC는 연구개발이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회사로 유명하지만 출산·육아 관련해서는 높은 수준의 복지를 지원한다. 현재 ‘베이비 2.0′ 프로그램에 따라 첫째 출산 시 12주 출산 휴가를 제공한다. 한국의 법정 출산휴가(90일)보다는 짧지만, 대만의 법정 출산휴가(8주)보다는 훨씬 길다. 또 둘째부터 16주, 셋째 이상은 20주로 출산휴가가 늘어난다. 아이 돌 전까지는 유연 근무가 가능하고, 이후에는 대만 사업장 내 공립 유치원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임직원들은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아이들 사내 유치원에 맡길 수 있고, 주말에는 어린이를 위한 과학 캠프도 운영한다.

이 같은 육아 장려 정책으로 TSMC 직원들은 대만 내에서도 높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합보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대만 TSMC 임직원의 자녀는 2463명으로 그해 전체 대만 신생아의 1.8%를 차지했다. 대만 전체 인구 대비 TSMC 직원 비율(0.31%)보다 훨씬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