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공학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가 오고 있다.”
6일 오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맨덜레이베이 컨벤션 센터 1층의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의 기조 연설자로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말에 1만4000석을 꽉 채운 청중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젠슨 황은 이날 인공지능(AI)이 탑재된 로봇을 개발할 때 유용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하며 일반 개발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자들이 ‘코스모스’에 접속하면 AI 로봇을 만들 때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AI 로봇은 챗GPT같은 생성형 AI와는 다르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나 사람의 일을 돕는 로봇 개 등은 실생활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를 정확히 계산하고 물건을 쥘 때 어느 정도 강도로 쥐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런 경험들을 학습시키고 해답을 내놓게 하는 데 특화된 AI 모델이 필요하다. ‘코스모스’에 이런 소프트웨어를 모아 두고, 개발자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젠슨 황의 구상이다. 수 많은 개발자들이 비용 부담 없이 AI 로봇을 개발하다 보면, 로봇 산업이 챗GPT 같은 생성형 AI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젠슨 황은 “로봇 산업에 ‘챗GPT 모멘트’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젠슨 황은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의 90%를 장악하며 ‘AI 반도체의 황제’라고 불린다. 2022년 말 챗GPT 출시 후 몰아친 ‘AI 붐’의 최대 수혜자가 젠슨 황이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엔비디아의 개발 소프트웨어 ‘쿠다(CUDA, 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를 사용했다. 이렇게 개발한 AI 모델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AI 가속기)를 통해 운영됐다.
생성형 AI 모델을 갖게 된 빅테크들의 다음 목표는 바로 로봇이다. AI를 탑재한 똑똑한 로봇이 생산 현장이나 가정에서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생성형 AI는 물리적 공간에서 움직이는 로봇에 적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빅테크들이 각자의 AI 모델과 소프트웨어로 로봇을 개발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 자금이 부족한 일반 개발자도 ‘코스모스’에 있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AI 로봇을 만들어 볼 수 있는 것이다. 황 CEO는 “코스모스는 대중에게 무료로 제공될 것”이라며 “우리는 코스모스가 로봇 공학의 민주화(democratize)를 이뤄낼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코스모스’ 플랫폼에서는 가상 현실에서 현실 세계에서처럼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깨지기 쉬운 달걀을 집어 드는 상황을 만들어 줘”와 같은 명령을 내리며 휴머노이드의 손에 대한 감각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코스모스 플랫폼의 AI 모델은 2000만시간 분량의 인간 동작 영상을 학습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가 요구한 환경에서 미래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를 추론하고 이를 생성해 낼 수도 있다. ‘우주’라는 뜻의 코스모스는 로봇이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개발 플랫폼의 무료 개방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AI 개발 프로그램 ‘쿠다’를 무료로 제공하며 대부분 개발자가 이를 사용케 했다. 하지만 쿠다는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로만 작동하며, 개발자는 이를 위해 AI 반도체를 구매해야만 한다. 새롭게 출시된 코스모스는 쿠다의 성공을 로봇 시대에서도 반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스모스의 AI 모델로 AI 로봇을 훈련시키려면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써야만 한다.
☞코스모스·피지컬(physical) AI
코스모스: 엔비디아가 공개한 로봇 개발용 플랫폼의 이름. 개발자들은 여기서 AI 로봇 학습에 필요한 AI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피지컬(physical) AI: 일정한 형태를 가진 인공지능(AI)을 말한다. AI를 탑재한 자율주행차나 로봇이 대표적이다.
[CES 특별취재팀]
변희원 팀장, 윤진호·오로라·이영관·박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