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가 개막한 7일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검은 천으로 둘러싸여 있던 플라잉카(나는 자동차) ‘LAC’가 모습을 드러내자 관람객의 박수가 쏟아졌다.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자회사가 개발한 이 제품은 6륜 구동 미니밴과 2명이 탈 수 있는 드론으로 구성돼 있었다. 차를 타고 다니다가 비행이 필요할 때 트렁크에 탑재된 드론으로 갈아탈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모형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완제품으로 등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이미 3000건 이상의 선주문을 받았다”며 “내년 양산, 2027년 출시가 목표”라고 했다.
중국 업체들이 올해 CES에서도 신기술을 대거 내놨다. 미국의 대중 규제가 갈수록 강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기술적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올해 중국 참가 업체 수(1339곳)는 개최국인 미국(1509개 기업)과 맞먹을 정도였다.
◇美 압박에도 ‘혁신’하는 中
중국 전기차 기업 지커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무인 택시를 운영하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와 함께 개발 중인 자율 주행차 ‘RT’를 공개했다. 올해 안에 양산해 웨이모 측에 대규모로 인도할 예정이다. 웨이모에 자율 주행차를 납품하는 업체는 지커를 포함해 재규어, 현대차 3곳이 전부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7일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각을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중국에서 나오는 놀라운 자동차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9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에도 전기차에 대한 미국의 무역 장벽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이 같은 압박에도 미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CES에서 인지도를 높여 북미 이외 지역에서 수출 활로를 찾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가전 업체들은 미국의 규제를 피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칩을 탑재한 신규 제품들을 대거 공개했다. 중국 TV 제조사 TCL은 ‘퀀텀닷 미니 LED TV’ 신제품을 공개하며, 자체 개발한 AI 프로세서 ‘AiPQ’를 탑재했다고 밝혔다. 하이센스 역시 자체 개발한 AI 프로세서 ‘엔진X’를 채택한 116인치 미니 LED TV를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TV에 필요한 모든 구성품을 자국에서 생산하는 ‘기술 자립’으로 미국의 규제의 영향을 피해가는 법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첨단 기술 과시하는 中
세계 PC 점유율 1위 기업인 레노버는 디스플레이를 확장할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노트북을 처음 공개했다. ‘싱크북 플러스 6세대’라는 이름의 이 노트북은 14인치 크기지만, 전용 키를 누르거나 카메라에 손짓을 하면 화면이 위로 펼쳐져 16.7인치까지 커진다. 레노버는 “화면을 늘리면 50% 더 많은 화면 공간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평소에는 디스플레이가 말려 있다가, 화면을 키우고 싶을 때 펼쳐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까지 여러 업체의 시제품이 나온 적은 있었지만, 실제 제품과 판매 계획까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노버는 1분기 중 정식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로봇 업체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G1’은 관람객들과 악수를 하고 춤을 추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8월 공개된 G1은 1.3m, 35㎏으로, 팔·다리·몸통의 관절 43개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휴머노이드의 난점으로 꼽히는 미세한 손가락 제어도 가능하다. 가장 큰 강점은 가격이다. G1은 한 대당 1만6000달러(약 2300만원)으로 일반 가정에도 판매된다.
세계 로봇 청소기 점유율 1위 기업인 로보락은 세계 최초로 로봇 팔을 탑재한 신제품 ‘사로스 Z70’을 연내 한국 시장에 출시한다고 밝혔다. 본체에 달린 로봇 팔이 양말, 수건, 샌들 등 바닥에 놓인 물건을 치운 뒤 청소할 수 있는 것이다.
CES 특별취재팀
변희원 팀장, 윤진호 기자, 오로라 기자, 이영관 기자, 박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