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0일 인공지능(AI)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로봇 등 산업 전방위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자동차에 엔비디아 칩을 공급받는 정도였던 협력 분야를 사업 전반으로 확장하는 내용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에서도 엔비디아와 ‘AI 동맹’ 수준으로 제휴를 한 곳은 처음이다. 엔비디아와 협력 소식이 알려지면서 10일 현대차 주가는 6.1%, 그룹 내 소프트웨어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6.4% 급등했다.
9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현대차그룹 김흥수 글로벌전략실 본부장(부사장)과 엔비디아 오토모티브 담당 리시 달 부사장이 만나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김흥수 현대차 부사장은 “엔비디아와 협력을 통해 로봇,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 혁신을 내실화하고 가속화해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오토모티브 담당 리시 달 부사장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더 안정적이고 지능화된 차량을 만들고 높은 효율성과 품질로 제조 역량을 강화하며 혁신적인 로봇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6일 CES 2025 기조연설자로 나서 로봇 대중화를 선언하며 AI 로봇 시대 개막을 알렸다. 이날 젠슨 황은 “생성형 AI 시대 다음은 피지컬 AI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AI 미래는 결국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물리적 실체가 있는 AI 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피지컬 AI 시대를 강조한 엔비디아가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차와 로봇 분야 협력을 함께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으로 AI 로봇을 개발하고, 로봇 학습에 필요한 가상 환경 구축에도 협력한다.
자동차 공장의 스마트화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실 세계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신규 공장 구축과 운영 과정을 가상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품질 향상은 물론 제조 효율을 높여서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과 미국 자율주행 기술 진보 속도에 비해 한국 완성차 기업의 행보가 느리다는 우려가 팽배했던 상황”이라며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이런 우려를 줄이는 동시에 반전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