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으로 전 세계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데이터센터는 ‘냉각 산업’이라는 시장을 함께 키우고 있다. IT 산업에서 발열을 잡는 것은 오래 전부터 핵심 기술이었다. 그동안에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주로 개별 제품의 열을 잡는 데 집중했다. 최근엔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IT 설비를 냉각시키는 것이 새로운 수익원이 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가 쓰는 전력 중 절반가량은 열기를 식히는 데 쓰이고, 데이터센터 사업비의 10%를 냉각 시스템이 차지한다.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AI 데이터센터에 칠러(chiller·냉각 시스템)를 공급하기로 한 사실을 최근 ‘CES 2025’에서 공개했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설비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 수주도 목전에 두고 있다.
AI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이른바 ‘굴뚝 산업’으로 불리던 회사에 새 수익원이 되고 있다. 보일러 업체로 알려진 귀뚜라미도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 뛰어들었다. 귀뚜라미범양냉방은 지난해 데이터센터 전용 냉각 시스템을 선보였고, 실제 부산·고양 등에서 사업을 따냈다.
석유 수요 감소와 중국의 저가 공세에 고전하는 국내 정유사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새 수익원으로 점찍었다. 액침냉각 방식으로, 감전 위험이 없는 비전도성 액체 ‘냉각유’로 서버를 식히는 방식이다. 파이프라인을 통해 냉각유를 흘려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를 낮추고, 데워진 냉각유는 액침 분배 장치(CDU)로 보내 차갑게 한 뒤 다시 순환한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엔무브가 2022년, GS칼텍스가 2023년, 에쓰오일이 작년 초 이 분야에 진출했다. 지난 ‘CES 2025’에서 SK엔무브는 액침냉각유로 AI 서버 열을 식히는 모습을 전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최근 액침냉각유 시장에 뛰어들었다.
삼성물산은 작년 초 국내 냉각기술 전문기업 데이터빈과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시스템을 개발했고, 지난해 11월 이 기술이 적용될 4000억원 규모 안산 데이터센터 수주에 성공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5000억원 수준인 액침 냉각 시장 규모는 2040년 42조원으로 연평균 18.5%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