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애플과 2위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동반 하락했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14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8.7%로 1위, 삼성전자는 18.0%로 2위를 차지했다. 각각 전년 대비 1.4%포인트, 1.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8년 전 삼성과 애플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형태의 ‘갤럭시S8’과 ‘아이폰 X(텐)’ 등을 선보이며 이듬해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침체에 빠진 스마트폰 시장이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고,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졌다. 여기에 화웨이 이외에 샤오미와 트랜션 등 중국 브랜드가 유럽·아프리카 등에서 선전하며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을 깎아 먹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이번에 출시하는 갤럭시 S25에 탑재될 인공지능(AI) 기능에 크게 기대를 걸고 있다”며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이 주춤한 상황에서 AI가 얼마나 이용자들을 만족시키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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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동반 하락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시장에 출하한 갤럭시 스마트폰은 총 2억2340만대로, 2023년보다 1.4% 줄었다. 지난해 초 세계 최초로 내장형(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갤럭시 S24는 전작 대비 출하량이 늘었다. 하지만 하반기 주력 제품군인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가 기대에 못 미쳤고, 인도·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중저가폰 경쟁이 심해지면서 전체 출하 물량은 전년보다 하락했다.

애플도 비슷한 상황이다. 애플이 지난해 시장에 내놓은 아이폰은 2억3210만대로, 전년보다 0.9% 감소했다. 애플의 온디바이스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가 늦어지면서 시장 반응이 좋지 못했다. 특히 중국이 자국 브랜드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애국 소비’를 부추기면서 아이폰 판매가 저조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11월 중국 내 최대 쇼핑 대목인 광군제 기간 동안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 이상 줄었다. 반면 중국 대표 브랜드인 화웨이의 매출은 7% 늘었다.

2016년에도 삼성과 애플은 최근처럼 중국 제조사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당시 화웨이는 가격이 300달러대에 불과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또 다른 중국 브랜드 오포와 비보는 전년 대비 출하량을 2배 이상 끌어올리며 중국 내수 시장을 잠식해갔다.

애플은 중국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듬해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아 기존과는 다른 화면 모습의 아이폰X(텐)을 내놨다. 이 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점유율 반등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홈 버튼을 없애고 화면 테두리를 최소화한 갤럭시S8 과 노트8을 흥행시키며 시장 1위를 지켰다.

그래픽=양인성

◇중국폰 공습, 고급화로 맞선다

올해는 스마트폰 양강의 고민이 더 깊다. 중국 기업 공세의 강도와 대상이 더 강하고 넓기 때문이다.

미국 제재로 수년간 주춤하던 화웨이가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고가의 플래그십 폰 영역을 확대하고, 샤오미와 트랜션이 저가폰 외에도 가성비 플래그십 폰을 앞세워 인도·아프리카 등 신흥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은 최근 몇 년간 고가의 애플과 중저가 중국 기업들에 끼어 출하량이 감소 추세다. 삼성은 물량 대신 ‘프리미엄 제품군’에 집중하면서 올해 100만원 이상 고가 제품군 라인업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달 말 공개할 신작 갤럭시 S25에는 업그레이드된 AI 기능을 탑재하고, 두께를 줄인 슬림 라인업을 추가할 예정이다. 하반기 주력인 폴더블폰에 실속형 모델(팬 에디션)을 추가해 제품군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 당시 삼성전자는 “더 많은 고객이 폴더블 제품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애플은 지난해 말 미국에서 아이폰에 AI 기능을 채택한 데 이어, 올해는 한국 등 다른 나라로 확대할 예정이다. 여기에 두께가 얇은 슬림 버전을 처음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애플이 선보이는 AI 스마트폰이 얼마나 시장의 관심을 끌지가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만만치 않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