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에서 핵심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특히 AI를 어떻게 상품화해 돈을 벌 것인지를 고민한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의 결과물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눈에 띈 것은 AI 스마트글라스였다. 전시장 곳곳에 여러 테크 기업의 스마트글라스가 전시됐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캡티파이’가 제작한 실시간 번역 스마트글라스 ‘스타 V Air(에어)2′도 그중 하나다. 상대방이 하는 언어를 인식한 뒤 번역해 AR(증강 현실)을 활용해 렌즈에 띄워주는 방식이다. 지난 7일 CES 현장에서 실제 기자가 착용했을 때 상대방이 영어로 말하면 눈앞에선 초록 글자로 한글이 실시간으로 나왔다.

그래픽=양진경

◇中 로봇 기업, 알파고 대중화 나서

지체되지 않고 바로바로 번역되는 속도가 놀라웠다. 이 안경을 만든 톰 프리츠 캡티파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양쪽 청력이 상실된 채로 태어나 항상 대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프리츠는 “전 세계적으로 청력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었다”며 “2016년 스탠퍼드에 입학한 뒤 기초 연구, 스마트 웨어러블 등 모든 각도에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실제 프리츠 CEO와 안경을 쓰고 대화를 나눠봤다. 기자가 한국어로 말하면 프리츠가 안경을 통해 영어로 인식한 뒤 답을 하는 식이었다. “나이가 몇인가” “대학에선 무엇을 전공했나” 등 간단한 질문은 프리츠가 잘 알아듣고 대답했다. 다만 “스마트글라스를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냐”처럼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듯했다. 영어를 인식해 한글로 번역하는 일은 잘해도 아직까지 한국어 인식 능력은 떨어졌다.

이 제품은 1월 중 미국에 출시된다. 가격은 599달러(약 88만원) 수준. 영어, 한국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4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번역 과정에 AI를 활용하고, 번역 수준은 AI로 학습시켜 계속 고도화한다고 한다.

중국의 로봇 기업 ‘센스로봇’은 바둑이나 체스, 장기를 둘 수 있는 게임 특화 로봇을 들고나왔다. 9년 전 인간이 대신 수를 두던 바둑 AI 알파고와 달리 센스로봇은 자신의 팔과 손으로 직접 바둑알을 집어 바둑판에 내려놓는다. 내장된 AI가 상대방에 따라 25개 난도를 조절하고, 초보자 등 실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는 레슨도 해준다. 대국이 끝나면 게임에 대한 평가도 한다. 센스로봇은 정가 1299달러(약 190만원)에 판매 중이다.

◇25만원 가성비 로봇도 출시

올해 CES 혁신상을 받은 대화용 로봇 ‘로미’는 일본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판매가 시작됐다. 일본의 ‘믹시’라는 회사가 만든 로미 가격은 3만4800엔(약 32만원). 다른 로봇처럼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주진 못해도 대화에 특화됐다. 사용자와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눌수록 대화 내용은 물론 이야기를 주고받은 당시의 날씨, 시간, 분위기 등을 모두 저장한다. 이후 비슷한 환경이나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당시 이야기를 먼저 꺼내 정서적인 교감을 나눈다. 애완동물을 다루듯 쓰다듬어 주면 로봇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믹시 관계자는 “말동무를 해줄 주변인이 없는 노령층이나 애완동물을 키우기 힘든 가정이 주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스타트업 루이로봇이 개발한 탁상용 AI 로봇은 ‘루이’는 오픈AI의 AI를 탑재했다. 루이의 강점은 가격이다. 169달러(약 25만원)로 다른 로봇들에 비해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한 뼘 정도 되는 바퀴 달린 몸에 사용자의 스마트폰을 직접 부착하는 방식이라 가능했다. 스마트폰을 부착하면 화면이 로봇 얼굴이 되면서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교감할 수 있다. 사용자의 말투와 표정 등을 분석해 기분을 맞춰주려 노력하기도 한다.

한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소울큐브는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동물 사진을 입력해 홀로그램 형태로 살린다. 큐브 속 반려동물이 주인의 눈과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다. AI를 탑재해 주인의 움직임과 표정 등을 감지한 뒤, 애교를 부리거나 지시에 따르고 먹이를 받아먹기도 한다. 1000달러(약 146만원)부터 가격이 매겨진 이 제품은 최근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