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션설루션) 부문에서 매출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9000억원(이하 연결 기준)을 기록했다고 31일 밝혔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흑자전환이지만 당초 증권가 전망(3조원)을 밑도는 수치다.
반도체 부문 지난해 영입이익은 15조1200억원이 됐다. 삼성은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와 8조원 넘는 격차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보다 연간 영업이익이 적은 건 두 회사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2023년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AI 흐름 올라타지 못한 반도체
이날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확정 실적과 사업부별 실적을 공시했다.지난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5조7883억원과 6조492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300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3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로는 2022년(302조2300억원)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높다.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찍었던 2023년(매출 258조9400억원, 영업이익 6조5700억원)과 비교해도 실적이 개선됐다. 하지만 연간 영업이익이 증권가 컨센서스(34조 2607억원)를 밑돌며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반도체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지난해 2분기 메모리 반등을 타고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3분기(3조8600억원)에 이어 4분기에서도 시장 전망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PC와 스마트폰 등의 수요 침체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가 부진한 데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부가 제품인 HBM 수요가 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아직 HBM 5세대인 HBM3E의 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어서 실적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메모리 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과 시스템LSI 사업도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지난해 4분기 매출은 40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에 시설투자로 17조800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해 전체 시설투자는 53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