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로 테크 업계에 충격파를 던진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는 AI 모델 개발 방식과 관련한 논쟁에도 불을 붙였다.
지금까지 AI 기술은 오픈AI·구글 등 폐쇄형 모델이 이끌어 왔다. 자신들이 개발한 AI 모델의 작동 방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천문학적 자본을 투입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딥시크와 메타(페이스북 모회사) 등 AI 후발 주자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채택하며 단기간에 AI 성능을 끌어 올리고, AI 산업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오픈 소스’는 소프트웨어 코드 등 AI 모델의 개발 정보를 일반에 모두 공개해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외부 전문가들이 AI 모델의 장단점을 확인하며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발 방식을 둘러싼 ‘오픈 소스’와 ‘폐쇄형’ 간의 경쟁은 향후 AI 산업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오픈 소스’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증명될 경우, 후발 주자들은 굳이 AI 모델 개발에 큰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반면 ‘폐쇄형’이 승리하면, AI 산업에서 개별 기업 차원에서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쩐의 전쟁’이 더 격렬해질 수 있다.
◇폐쇄형 이끈 오픈AI도 ‘오픈소스’ 검토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 등 생성형 AI 프로그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언어모델은 수천억 개의 변수(파라미터)를 기반으로 학습해 최적의 답을 내놓는다. 어느 변수와 데이터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어떤 규칙을 부여하는지에 따라 AI 모델 성능이 좌우된다. 설계가 잘된 AI 모델일수록 전력을 덜 쓰면서도 빠르게 최적의 답을 내놓을 수 있다. 오픈AI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은 이와 관련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발 주자인 메타는 작년 6월 자신들의 최신 AI 모델인 ‘라마’의 가중치를 공개했다. 누구나 이를 활용해 가중치를 수정하며 더 좋은 성능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엔비디아도 작년 9월 AI 모델의 가중치와 학습 방식을 모두 공개했다.
이 같은 ‘오픈 소스’ 방식은 외부의 많은 전문가들을 AI 모델 검증과 개선에 유도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딥시크의 경우 이미 3000개에 육박하는 파생 모델이 등장했다”며 “오히려 이제 미국 기업들이 딥시크가 이룬 획기적인 발전의 혜택을 보게 됐다”고 밝혔다.
폐쇄형을 고수하던 오픈AI도 입장이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샘 올트먼 CEO는 지난 31일 “우리는 (오픈소스 관련해)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며 “오픈AI의 모든 사람이 같은 견해를 보이는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픈소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빈 웨일 오픈AI 최고제품책임자(CPO)는 “구형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어느 개발 방식이 효율적일까
아직 오픈 소스와 ‘폐쇄형’ 중 어느 쪽이 더 우세한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2일 AI 모델 분석 사이트 인공분석AI에 따르면, AI 품질 상위 10개 모델 중 중국 딥시크의 R1(3위), V3(9위), 알리바바의 Qwen2.5 맥스(10위) 등 3개 모델이 오픈소스형, 나머지는 폐쇄형 모델이다. 품질 순위는 가격과 성능, 속도 등 주요 지표 30개 이상 성능을 비교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폐쇄형 모델은 성능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기술 개발을 단독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고, 외부의 혁신적 기술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오픈 소스’ 방식은 더 많은 참여자를 확보해 AI 산업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주로 이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고, 범죄 집단 등에 의해 악용될 위험이 있다.
아직까지는 투자금 모집 등 기업 운영 차원에서는 폐쇄형 모델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리서치 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2024년 오픈AI, 앤스로픽, 구글, MS 등 폐쇄형 모델을 만드는 기업에 375억달러의 투자금이 유치됐다. 메타, xAI 등 오픈소스 AI 모델 업체에는 149억달러가 몰리는 데 그쳤다.
☞오픈소스 AI 모델
인공지능(AI) 기업 등 개발자가 자신이 만든 AI 프로그램의 알고리즘과 설계 방식 등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과 개발자들은 이 정보를 이용해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 성능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