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4일 서울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삼성전자 최고 경영진, 정신아 카카오 대표 등을 만나 협업 방안을 논의한다. 3일 올트먼 CEO는 3일 일본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면담했고, 방한(訪韓) 이후엔 인도·유럽·중동을 찾는다.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등 경쟁자의 추격이 거세지자, 글로벌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AI 경쟁력을 강화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블룸버그는 “딥시크가 저예산으로 오픈AI와 맞먹는 성과를 보여줬다”며 “올트먼은 이번 순방에서 자사의 AI 모델에 계속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AI 기술을 가진 오픈AI를 통해 AI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오픈AI, 삼성·SK·카카오와 협업
올트먼 CEO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엔 4일 오전 AI 개발자를 대상으로 열리는 오픈AI 워크숍 ‘빌더 랩’ 참석이 표면적인 목적이다. 세계를 돌면서 열리는 빌더 랩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은 처음이다. 국내 스타트업과 테크 기업의 개발자 1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올트먼 CEO는 짧은 방문 기간 중 국내 주요 기업인과도 직접 만난다. 우선 최태원 SK 회장과 만나 오픈AI의 맞춤형 AI 반도체에 탑재하기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설계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AI는 지난해부터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다. AI 반도체 설계는 브로드컴이 맡았고, 내년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올트먼 CEO는 여기에 들어가는 HBM 때문에 SK하이닉스와 협업이 필요하다. 한 테크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HBM의 물량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만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았던 올트먼 CEO는 이번에도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을 만난다. 삼성전자의 제품에 오픈AI의 AI 모델을 탑재하는 방안과 AI 전용 단말기 개발 구상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애플의 아이폰을 디자인했던 조너선 아이브와 AI 전용 기기(디바이스) 제작을 추진 중이다. 테크 업계에선 이 기기를 삼성전자가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트먼 CEO는 방한 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AI는 컴퓨터와 접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새 단말기가 필요하다”며 “음성 조작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올트먼 CEO는 4일 예정된 정신아 카카오 대표의 기자간담회에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픈AI와의 구체적인 협업 방향을 밝힐 계획이다. 카카오는 올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카나나’를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작년 10월 ‘카나나’ 서비스 구상을 밝히며 자사 AI 모델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의 모델도 채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오픈AI의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카카오 주가는 3일 전날보다 9% 상승했다.
◇오픈AI, 후발 주자 추격에 맞대응
올트먼 CEO는 서울을 떠난 뒤 6일 인도 뉴델리에서 투자자들과 만나고 7일에는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열리는 AI 세미나의 패널로 참석한다. 10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AI 서밋에 참석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만난다. 그다음 두바이로 건너가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와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 조셉 차이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회장과 함께 세계 정부 서밋에 참석한다.
올트먼 CEO가 열흘 동안 동아시아·유럽·중동 6국을 다니는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은 후발 주자들의 위협적인 추격 때문이다. ‘챗GPT’로 생성형 AI 시대를 열었지만, 중국산 가성비 AI인 딥시크와 같은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주도권을 지키기 어려워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오픈AI는 최근 저렴한 추론 모델 ‘o3-mini’를 내놓은 데 이어 3일에는 고급 검색을 앞세운 AI 에이전트(비서) ‘딥 리서치’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