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AI(인공지능) 대응 전략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안 의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연합뉴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던진 충격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AI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대해선 공감대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예산이 추가 확보되면 AI 반도체 확보 등에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예산뿐 아니라 인재 양성과 AI 모델 개발 등 국가 차원의 AI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지원하기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송윤혜

◇1조 이상 AI 추경에 여야 공감대

국민의힘 AI강국도약특위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2일 페이스북에 “총 20조원 규모의 AI 및 민생 추경을 긴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추경에 대대적인 AI 개발 지원 예산을 담아 준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의논하며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며 “양보해야 하는 게 있다면 양보하겠다”고 했다.

편성 시기나 규모에 차이는 있지만 여야 모두 최소 1조원 이상 AI 관련 추경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론 올해 1분기 예산 조기 집행 뒤 추경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철수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한국은행의 진단대로 인플레이션 방어가 가능한 선에서 AI 추경은 5조~10조원으로 범위를 잡고 여야가 세부 협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구축, 기초·기반 기술 R&D(연구·개발) 지원, AI 관련 콘텐츠 개발, 인력 양성 등에 추경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AI·반도체 지원에 1조원가량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AI 특위는 AI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구입 등의 명목으로 추경에 관련 예산 1조원을 담아야 한다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AI 인프라에 우선 투입해야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는 AI 인프라에 추경 예산이 우선적으로 투입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I 개발과 운영에는 GPU 같은 AI 반도체가 필수적이다. 스타트업과 학계가 국가 차원에서 마련한 AI 반도체를 공동으로 활용하면서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을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 빅테크는 이미 GPU를 수만 개씩 보유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에만 엔비디아의 GPU를 48만5000개 구매했다고 추정했다.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와 텐센트도 각각 엔비디아 GPU 23만개를 확보했다. 반면 한국 기업은 수천 개 수준에 그친다. 2년 전 조사(2023 AI산업 실태조사)에서 국내 1440여 기업이 보유한 엔비디아의 최신 GPU(H100)는 1960여 개에 그쳤다. AI 업계 관계자는 “GPU 가격이 워낙 비싸고 물량도 적어, 지금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 합작 투자로 최대 2조원 규모의 ‘국가 AI컴퓨팅 센터’를 구축하기로 하고, 2030년까지 GPU를 3만 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은 지난달 국회 간담회에서 “올해 2만 개, 내년 5만 개, 2030년 10만 개로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GPU 도입 시기를 당기고, 더 많은 양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프라 확보 외에 AI 인재 양성도 시급한 과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AI 분야는 2027년까지 1만280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관계자는 “AI의 핵심 3요소인 컴퓨팅 자원(GPU)과 양질의 데이터,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통해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1조원 규모 추경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호 KAIST 교수는 “1조원으로는 GPU를 1만 개 구입할 수 있다”며 “중국 딥시크 기업 한 곳이 쓰는 GPU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AI 예산은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 수 있는 마중물로 쓰여야 한다”며 “과거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늘려다가 나눠먹기식으로 끝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